최지영 정치부 기자

5·18 기념식 전날인 지난 17일 오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옛 전남도청)과 전남대, 광주송정역 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여권 인사들의 광주 방문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85년부터 30년 넘게 광주에서 살았다는 60대 남성은 “역대 우리나라 보수 정당이 5·18 문제를 제대로 언급하지 않거나 광주를 홀대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광주를 찾겠다는 대선 후보 당시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신뢰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른 20대 직장인은 “옛날 같으면 왜 국민의힘이 광주에 내려오느냐는 이야기를 했겠지만, 국민 통합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다”며 “광주의 아픔을 두고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싸우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한 번 방문했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겠느냐” “앞으로도 광주와 호남에 관심을 갖는지 지켜보겠다”는 목소리도 여전히 적지 않았다.

다음 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인 99명이 광주 ‘5·18 민주화운동 제42주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지도부 등 의원 100여 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대한민국 국민 모두는 광주시민”이라며 통합도 강조했다. 이번 기념식 끝에는 대통령과 여야 의원들 모두 손을 잡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한목소리로 제창하며 민주화의 의미를 기리는 장면은 그동안 보기 드문 명장면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다시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 불가역적 변화였으면 좋겠다”며 부끄러운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윤 대통령과 여당의 5·18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에 대한 기대도 높았지만 광주에서 만났던 시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진정한 화해와 통합을 위해서는 ‘실천’으로 보여줘야 할 대목이 많아 보였다. 아직 여권의 호남공략용 선거전술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 5월 18일 열릴 제43주년 5·18 기념식에도 여야가 한마음으로 참석하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최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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