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시행에 매장들 컵 라벨 스티커 필요
집단적 구매 거부로 제도에 항의 움직임
담당기관 홈페이지에 항의 민원글도 게시



지난 6일 환경부 측이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한 카페에서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지난 6일 환경부 측이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한 카페에서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공동취재사진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될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컵 보증금제)’에 대한 관련 매장 점주들의 불만이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도 시행에 맞춰 준비해야 할 컵 보증금 라벨 스티커 준비 등의 절차를 중단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취하고 있다. 관련 점주들은 “제도의 대상이 되는 점주들을 다 죽이는 악법”이라며 제도의 전면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19일 컵 보증금제 전담 관리 기구인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의 질의·응답 게시판에는 민원글이 무려 950여 개나 올라와 있었다. 특히 이 가운데 900여 개 글은 지난 9일 컵 보증금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첫 글이 게시된 이후부터 쏟아져 나왔다. 또 게시글 가운데 850여 개에는 운영진의 답글이 달리지 않은 상태였다. 센터 측의 마지막 답글은 지난 10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 철회해주세요’라는 글에 달린 것이었다. 센터 측은 이 답글에서 “제도 운용에 있어 어려움이 많은 매장에 대한 지원방안을 자원순환보증금관리위원회와 함께 검토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제도 폐지를 요구하는 글이 현재까지 800개 넘게 쏟아졌는데, 답변은 달리지 않은 ‘접수 중’으로 남아 있다. 이 같은 민원 글이 쇄도하는 것은 커피점 등 제도 시행의 영향을 받는 점주들의 단체에서 ‘민원 릴레이’를 제안하면서 제도 시행을 3주 앞두고 소상공인들이 너도나도 항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제도 폐지를 요구는 게시글이 환경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항의 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 캡처
19일 일회용컵 보증금제도의 영향을 받는 이들이 제도 폐지를 요구는 게시글이 환경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항의 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홈페이지 캡처


소상공인들의 집단 반발은 이뿐만이 아니다. 제도 시행을 위해서는 각 일회용컵에 부착해야 하는 보증금 라벨 스티커가 매장에 비치돼야 한다. 그리고 이 스티커는 프랜차이즈 본사 등을 통해 유료로 판매된다. 이에 카페 점주들의 모임에서는 일단 라벨 스티커 구매 및 준비를 보류하자는 제안이 나온 상태다. 이 같은 제안이 담긴 카페 ‘사장님들’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글에는 댓글이 수십 개씩 달리며 호응이 이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매장 등에서 각종 음료를 판매하며 이번 제도의 대상이 되는 자영업자·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은 오는 20일 환경부와 2차 실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제도 시행 및 보완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양측 간 의견 차이가 워낙 커 이번 회의에서 당장 보완책이나 타협점이 나오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 관계자는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제도는 그 자체가 점주들이 제대로 된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하는 악법”이라며 “제도의 전면 폐지가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반면 환경부는 지난 18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홈페이지에서 컵 보증금제와 관련해 “소상공인 어려움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보증금제 운용에 따른 라벨 비용과 컵 회수 및 보관 등 제반 비용 부담에 대해 지원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주들은 제도 폐지를 요구하지만 정부는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컵 보증금제의 문제점과 관련해 “현행 제도는 우선 점주들이 음료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게 하는 구조라 비용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며 “또 회수된 일회용컵을 수거 업체가 가져갈 때까지 매장 내 공간 어딘가에 쌓아두는 것도 음료의 2차 오염 같은 국민보건적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는 전국적으로 100군데의 수거 업체를 선정해 뒀다고 하지만 제도 시행 후 바로 대상이 되는 매장이 3만8000여 곳”이라며 “평균적으로 수거 업체 1곳이 380개의 매장을 담당하게 되는데, 일주일에 몇 번이나 컵을 수거해 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박지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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