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지난 18일 단행된 검찰 고위간부 인사는 정권교체 후 검찰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국 사태 이후 대한민국 검찰은 정상이 아니었다. 조금이라도 권력형 비리 수사를 하려 하면 곧바로 수사검사를 팀에서 배제했고, 그 자리를 친정권 검사들로 채웠다. 대장동 개발 비리처럼 해야 할 수사는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수사는 혐의가 없는데도 집요하게 반복됐다. ‘채널A 검언유착’ 사건이 대표적이다.

‘친정권 검사 영전, 정권비리 수사검사 좌천’은 문재인 정권 5년간 부동의 인사 원칙이었고,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남발됐다. 추미애 장관은 취임 직후인 2020년 2월 신라젠 사건과 라임자산운용 사건을 수사 중이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을 전격 해체해 버렸다. 지난 5년은 ‘조국의 시간’ ‘추미애의 깃발’과 함께 법치주의 파괴와 몰락의 시간이었고, ‘촛불혁명정부’의 위선적 뒷모습에 무너져 버린 공정과 정의의 길은 멀고 험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최우선의 과제 중 하나가 검찰의 정상화다. ‘검찰공화국’ ‘검찰 수사를 통한 정치보복’이라는 주장은 부패와 비리 세력들이 처벌을 모면하려고 만든 허구의 프레임일 뿐이다.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검찰 정신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권력형 비리와 거악을 척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국가형벌권이라는 막중한 권한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아 행사하는 검찰이 공정하게 이를 행사하지 않을 때 그 정당성의 토대가 무너진다.

2013년 출범해 6년 반 동안 약 1000여 명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처벌하며 금융·증권 범죄 수사에 핵심적 역할을 해왔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1조5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건이 보여주듯, 금융범죄의 규모와 양상이 바뀌었다. 해외 거래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고 첨단화·지능화돼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갖춘 전담 수사 조직이 없으면 그 적발과 처벌이 어렵다.

프랑스는 금융경제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문화·광역화·중앙집중화를 추진 전략으로 1999년 ‘금융범죄 거점수사부’, 2004년 특별광역검찰(JIRS)을 도입해 오다가 역부족임을 실감하고 2013년에 전국을 관할하는 독립된 국가금융검찰(PNF)을 신설했다. 2021년 3월 판사 매수 혐의로 파리지방법원에서 3년 구금형을 선고받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 사건과 2020년 1월 유럽 최대의 부패 스캔들로 밝혀진 에어버스 리베이트 사건도 국가금융검찰이 수사한 사건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통령의 인사권으로 검찰을 좌지우지했던 부적절한 과거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윤석열 사단 중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특수·공안·기획·형사 등 각 분야의 인재들을 주요 보직에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 검수완박법이 통과됐어도 검찰의 책무는 막중하다. 직접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패와 경제범죄는 물론 일반사법경찰인 검찰수사관을 지휘해 검사는 모든 수사를 할 수 있다.

역사는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다. 신뢰에 기반한 사회제도가 부패하는 것을 막지 못하면 미래는 없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권력으로서 검찰 스스로 존재 이유를 증명할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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