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성추행 사망’ 공군 李중사 1주기…유족 “성역없는 특검 기대”

진상규명 촉구하며 장례 미뤄…내달 특검서 초기 부실수사 쟁점 전망


지난해 6월 4일 고 이예람 중사의 부친 이주완 씨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이 중사 추모소 영정 앞에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6월 4일 고 이예람 중사의 부친 이주완 씨가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이 중사 추모소 영정 앞에 있는 모습. 연합뉴스

“21일 고 이예람 중사 1주기가 됐지만 유가족은 아직 장례를 치르지 못했고, 이 중사는 여전히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 영안실에서 안치돼 있습니다. 비극을 초래한 2차 가해와 부실수사의 책임자들이 처벌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1년 전 성추행, 2차 피해를 겪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성폭력 피해자 이예람 중사 부친 이주완 씨는 딸의 1주기를 하루 앞둔 20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침내 특검법이 통과됐습니다.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비극의 반복을 막는 길”이라고 이같이 말했다.

공군 20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 2일 선임 부사관인 장모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즉각 신고했지만, 두 달여 만이자 20비행단 군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5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한 당일이자, 본인 요청으로 15비행단으로 전속한 지 사흘 만이었다.

당시 고인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6월 1일 공군으로부터 해당 사건을 이관해 넉 달간 재수사를 벌였다. 그 결과 국방부 검찰단은 25명을 형사입건(15명만 기소)하는 등 총 38명에 대한 형사입건 및 인사 조처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사건의 핵심 의혹 중 하나였던 초동 부실 수사 의혹 관련자들은 단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 당시 검찰단은 “초동 수사가 미진했던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해 ‘무늬만 재수사’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국회에서 특검법이 통과되면서 공은 안미영(55·사법연수원 25기) 특별검사에게 넘어간 상태다. 이에 따라 내달 본격화할 특검 수사에서는 최초에 사건을 수사했던 20비 군사경찰과 군검찰의 부실 수사 의혹 규명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 중사 유족을 대리하는 강석민 변호사도 통화에서 “초기 수사 당시 성추행의 직접 가해자인 장 중사가 구속이 아닌 불구속 수사를 받았던 이유 등이 규명돼야 한다”며 “초기 수사라인과 이들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는 공군본부가 당시 어떻게 연결돼 있었는지도 특검이 밝혀야 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2차 가해 역시 단순히 관련된 인물 개개인의 ‘일탈’이라기보다는 조직적인 정황이 많이 있다”며 “그런 부분에 대한 의혹이 제대로 수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검찰단의 재수사 과정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강 변호사는 “국방부 검찰단 수사 결과를 보면 재판 과정에서 공소 유지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보기 어려워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다”며 “유족들은 국방부 수사 자료를 아예 보질 못했는데, 특검이 좀 더 멀리, 한 발 더 나가서 수사할 의지가 있다면 이런 부분도 들여다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기소된 15명 가운데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 이미 6명이나 된다. 징역형은 2명, 집행유예는 3명이다. 피고인 1명은 국방부 수감시설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공소권 없음으로 재판이 종결됐고, 나머지 3명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1년이 다 되도록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딸의 장례를 미루고 있는 유족들도 특검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고 했다. 고인의 부친 이 씨는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특검을 임명한 것이니 일단은 존중하고 결과를 지켜보려고 한다”고 신중히 했다. 그는 안 특검의 과거 성추행 가해자를 대리한 전력으로 부적격 논란이 일었던 점을 언급하면서 “나도 언론 보도를 보면서 생각해봤는데 그 이력이 문제가 되진 않을 것 같다. ‘죄 있는 사람’을 무죄로 만들 정도의 실력이면, 오히려 죄 있는 사람은 더 제대로 밝힐 수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