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현의 Deep Read - 한미정상회담 깊이 읽기
尹, 대북 확장억제 위한 ‘以核治核’ 성과 강조… 바이든은 국제사회에 한국의 ‘미국과의 동행’ 천명
한미동맹 강화·경제안보 협력은 소득이지만 한중관계 악화 대비해야… 외교적 선택에 공짜는 없어
한·미 정상회담은 가치로 덧씌운 포괄적 전략동맹 선언이다. 윤 대통령은 북한에 확장억제를 위한 ‘이핵치핵(以核治核)’의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에 ‘미국과의 동행’을 알렸으며,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경제안보 분야로 확장했다. 바이든 대통령 측에서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한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와 중국·러시아를 배제하는 세계 경영전략에 한국의 적극적 동참을 이끌었다는 성과가 돋보였다.
◇한국 측의 회담 성과
윤 대통령으로 볼 때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해 문재인-바이든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포괄적 파트너십’을 가치와 경제안보 분야로 더욱 확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이 공개한 한·미 정상회담 주요 내용 설명자료는 이번 회담의 성과를 아래 네 가지 분야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군사안보 협력 강화다. 여기에는 핵·재래식·미사일 방어 등 모든 범주의 역량을 활용한 확장억제와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국방 상호조달 협정 등이 포함된다. 둘째, 북한 문제 협력이다. 평화적·외교적 해결을 위한 대화와 함께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위협 폐기를 위한 공조 의지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사이버 위협과 인권 상황, 최근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우려도 표명했다.
셋째, 경제안보 협력이다. 양국은 한·미 NSC ‘경제안보대화’를 새로 출범하는 한편 신흥기술협력, 공급망 구축, 원전 협력, 우주협력 강화, 외환시장 관련 협력도 약속했다. 넷째, 글로벌 이슈 협력이다. 민주주의와 규범에 입각한 국제질서, 자유롭고 개방된 인·태지역 협력,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 글로벌 보건안보 주도, 사이버안보 협력 등이 포함됐다. 명실상부하게 군사안보, 경제안보와 글로벌 이슈까지 한·미 동맹의 외연이 크게 확장된 것으로 평가된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자유와 인권의 가치에 기반한 보편적 국제규범을 적극 지지하고 수호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대체로 그러한 약속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미국의 공동성명 해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좀 다른 맥락이 관찰된다. 백악관이 발표한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등으로 이뤄진 건 한국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한국 측이 군사안보나 북핵 대응을 먼저 강조한 반면, 백악관의 공동성명 해설자료인 ‘readout’은 역순이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를 넘어 우크라이나 사태를 포함, ‘규범 기반의 국제질서’ 유지 등 글로벌 차원의 도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는 데 가장 큰 의미를 뒀다. 뒤이어 첨단기술과 경제·에너지·보건 협력, 기후변화 등을 거론했고 북한 문제는 마지막 순서에 언급돼 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한 일정에서 최우선 관심사는 반도체였고, 경제안보 협력이었다. 그가 20일 오후 한국에 도착해 ‘에어포스 원’에서 내리자마자 첫 행선지로 세계 최대 반도체공장인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택하고 ‘가치 공유’를 언급한 데서 이는 확인된다. 정상회담 전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어떤 면에서는 ‘DMZ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상징적 행위로도 읽힌다.
이는 한·미 동맹이 기존의 군사안보 동맹에서 첨단기술과 공급망 협력에 기반한 경제안보 동맹으로 변화했다는 점을 분명히 선언한 것이기도 했다. 두 대통령이 방명록이 아닌 웨이퍼에 서명한 것도 한·미 동맹이 반도체 동맹으로 갈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킨 것이다. 한·미 동맹 강화가 아시아·태평양을 포함한 전 세계의 안정과 평화 번영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행위다.
◇한·미 간 차이가 말하는 것
한·미 양국이 동일한 정상회담 성과를 거론하면서도 정책과 전략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달리 배열하는 건 눈여겨볼 대목이다.
한국의 최우선 전략 순위는 북한·군사·핵 문제에 놓여 있었고, 윤 대통령은 그로부터 국제경제와 글로벌 이슈 협력 등으로 나아가길 원했다. 반면 미국의 최우선 전략 과제는 ‘규범 기반 국제질서’ 수호였고, 북핵 등 한반도 정세 관리는 뒷순위였다. 백악관의 ‘readout’은 이 점을 설명해주고 있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아시아 순방에서 드러나는 일관된 메시지는 중국·러시아를 배제하고 신뢰하는 동맹과 우방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반도체 동맹, 원전 수출 협력, 칩 포(Chip-Four) 동맹 등 대부분의 개념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확인됐다. 두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강화’란 부제가 붙은 공동성명에서 “글로벌 파트너로서 미·일 양국은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불가피하며, 어떤 장소에서 벌어지든 국제법과 자유와 공정한 경제 질서에 대한 위협은 우리의 가치와 이익에 대한 도전이라는 것을 확인한다”고 선언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신냉전 추세가 심화하면서 지금은 복합적 리스크가 지배하는 국제질서의 대전환 시대다. 국제체제의 분절화, 신냉전 심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붕괴 등 모두 한국이 주도적으로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조적 외생변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점을 파고들었고, 중국과 러시아를 배제하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영전략에 한국과 일본의 자발적 동참을 끌어냈다.
◇尹 대외전략의 과제
윤 대통령은 집권 후 첫 중요 외교행사에서 좋은 출발을 했다. 그런데 윤 정부의 ‘미국 올인’은 기대와 우려도 동시에 가져다줬다. 한국의 대외전략에서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 분명하지만 외교 과제가 동맹만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한쪽에 과도한 기대를 하거나 감당 못할 ‘백지수표’를 주는 건 삼가야 한다.
윤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의 이번 선택이 단순히 미·중 사이에서의 선택이 아니라,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 우선순위 기준에 따른 선택이었다는 걸 드러내야 한다. 한·미 동맹 강화와 글로벌 경제안보 협력은 필연적으로 한·중 관계 악화라는 청구서를 동반할 것이므로 즉각적이고 근원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외교적 선택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세종연구소장, 정치학 박사
■ 세줄 요약
한국 측의 회담 성과 : 한·미 정상회담은 가치로 덧씌운 포괄적 전략동맹 선언.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에 ‘이핵치핵’ 메시지를 보냈고, 중국에 ‘미국과의 동행’을 알렸으며,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경제안보 분야로 확장.
미국의 공동성명 해설 : 한국이 군사안보와 북핵 대응을 먼저 강조한 반면, 백악관의 ‘readout’은 역순. 즉 미국 중심의 ‘규범 기반 국제질서’ 전략에 한국의 적극적 동참을 이끌었다는 성과를 내세우고 있음.
윤 정부의 과제 :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하지만, 한쪽에만 ‘백지수표’를 주는 건 삼가야. 이번 한·미 정상회담이 필연적으로 한·중 관계 악화라는 청구서를 동반할 것이므로 대비가 필요. 외교적 선택은 공짜가 아님.
■ 용어 설명
‘이핵치핵’은 핵으로 핵을 다룬다는 뜻. 북핵 공격 위협 시 핵을 포함한 모든 방어 역량을 한국 방어에 투입하는 확장억제를 확인한 것. 한·미 공동성명에서 확장억제 수단으로 핵을 명시한 건 처음.
‘readout’의 사전적 의미는 해독, 판독, 혹은 정보 읽기. 미국에서 정부 정책 등을 중요도 순으로 설명하는 배포문을 지칭함. 공식 문서라기보다는 회담 결과나 주요 정보를 해석하는 짧은 문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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