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남, 그리움, 혼합재료, 162×129㎝, 2020.
박성남, 그리움, 혼합재료, 162×129㎝, 2020.

국민화가로 칭송받고 있는 박수근의 화면은 여러 겹의 안료층이 집적된 ‘켜’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투박한 듯하면서도 따스함을 간직한 화면은 언제나 평화롭고 자애로우며, 우리 내면에 침전된 ‘얼’을 일깨운다. 여기서 발현되는 ‘우리’의 토속적이고 고졸한 미감이나 원형은 시대나 세대를 초월한다.

박수근의 아들과 손자까지 화가로 활동하고 있으니 문자 그대로 그림 일가(一家)다. 가문의 모토는 역시 ‘우리’다. 아들 박성남은 ‘우리’의 얼과 동질성을 ‘켜’ 밖으로도 확장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달항아리다. 둥근 만월을 닮았으면서도 비정형을 감각적으로 조율한 눈부신 세계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심오한 정관(靜觀), 즉 일정한 거리를 둔 형태적 관조가 일반적인데, 그가 노래하는 백자부(白磁賦)는 좀 다른 데가 있다. 마치 항아리 안과 바깥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절단한 것 같은 부조 양식이 그것이다. 충만과 비움, 닫힘과 열림, 안과 밖이 갈리는 절묘한 지점이다. 어떤 상처일까. 짙은 여운이 남는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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