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올 때 적용하는 전력시장가격(SMP)에 상한선을 두는 방안이 추진된다. 올 1분기에만 8조 원 가까운 역대 최악의 적자를 기록한 한전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한전의 영업실적이 개선되려면 판매대금인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새 정부 출범 초기 국민 부담과 물가 상승 압박에 우회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전력시장에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개정안은 SMP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할 경우 한시적으로 가격 상한을 두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구체적으로는 직전 3개월 SMP 평균이 과거 10년간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경우 1개월간 적용하고, 상한 가격은 평시 수준인 10년 가중평균 SMP의 1.25배 수준으로 정했다.
아울러 발전사들의 반발을 고려해 전력 생산에 든 연료비가 상한 가격보다 높은 발전사업자에 대해서는 연료비를 보상해주고 그 외 용량요금과 기타 정산금은 제한 없이 지급하기로 했다.
한전은 석유·석탄·LNG 등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 발전사들로부터 전력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SMP가 급등하면 한전이 발전사들에 제공할 정산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h당 100원 밑이던 SMP는 10월 100원을 돌파한 이후 급등, 지난달에는 처음으로 202.11원으로 200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수습되며 전력 수요가 늘어난 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연료 가격이 치솟은 까닭이다. 지난 20일 기준 유연탄 가격은 t당 436.07달러로 1년 전 대비 214% 상승했다. 유가도 1년 전보다 56%가 올랐고, LNG 역시 18% 뛰었다.
전기 원료인 연료비 가격이 급등했지만 판매가격인 전기요금은 묶이면서 한전은 1분기 7조786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적자액(5조8601억 원)보다 2조 원 가까이 많다. 하지만 역대급 물가 상승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을 크게 올리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정권 초 전기요금 인상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가 SMP에 상한을 두기로 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는 이번 조치에 대해 “향후 국제 연료 가격 급등 등으로 국내 SMP가 상승하고 전기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급증하는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이 지난 18일 해외 사업 구조조정과 연료비 절감, 지분·부동산 매각 등 가능한 모든 자구 방안을 총동원해 약 6조 원의 재무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도 대폭적인 요금 인상이 어려운 상황이 고려됐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