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프랑스)=안진용 기자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박찬욱 감독. CJ ENM 제공

“왜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냐고요? 저는 계속 로맨스 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받은 박찬욱 감독은 “기존 연출작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 신작 ‘헤어질 결심’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의 공식 상영을 앞둔 22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그레이다비뇽 호텔에서 한국 언론과 만나 “나는 정말 그동안 로맨스 영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스릴러를 전면에 내세워도 그 중심에는 로맨스가 있었다”면서 “이번에는 로맨스가 전면에 드러날 뿐이다. ‘15세 관람가’가 목표다. 좀 더 미묘하게 스며드는 고전적인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남편의 죽음을 맞은 여자(탕웨이 분)와 그 진실을 파헤쳐가는 형사(박해일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부지불식간 서로에게 매혹되는 두 사람의 연기력은 발군이다. 왜 여주인공은 한국 배우가 아니라 탕웨이였을까? 앞서 ‘박쥐’ ‘아가씨’ 등을 집필한 정서경 작가와 다시 의기투합한 박 감독은 “정 작가와 ‘아무말 대잔치’를 하다가 남자 형사는 독특하고 엉뚱하지만 무해한 남자인 박해일을 상상하고, 정 작가가 ‘여자는 중국어를 쓰자’고 했다. 그래야 탕웨이를 섭외할 수 있으니까”라고 너스레를 떨며 “예전부터 탕웨이의 팬이라 맞장구쳤다. 탕웨이는 믿는 바를 굽히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이 있다. 한국어를 발음하는 형식의 연기는 싫다고 해서 기본 문법부터 배우기 위해 선생님을 여러 명 붙였다”고 탕웨이의 신념을 높이 샀다.
 
‘깐느 박’이라 불리는 박 감독은 어느덧 네 번째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하지만 그는 그보다는 ‘극장에서 영화보기’에 집중하며 “팬데믹이 끝나가고, 이렇게 모여 영화를 같이 보는 건 중요한 의미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가. 오히려 팬데믹 기간 중 좋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눈물 날 만큼 여러 영화에 압도됐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헤어질 결심’이 공개된 후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는 말을 듣고 싶다”는 박 감독은 “기존 제 영화에 비하면 자극이 적어 심심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전 영화를 잊고 보면 심심하지 않다. 죄의식을 포함한 내적 폭력성을 담았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외신들은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칸에 돌아온 박 감독을 언급하며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이런 부담은 거장이 짊어질 숙명이자 굴레다. 이런 기대감에 대해 정작 박 감독은 “투자는 될까? 자본을 회수할 수 있을까? 이렇게 코앞에 닥치는 일을 해결하는 데 급급하지, 거창한 생각은 안 한다”면서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았다고 해서, 영화 몇 번 만든다고 해서 그런 일이 아무에게나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자세를 낮췄다.

관련기사

안진용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