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장 민주·국힘, ‘같은 듯 다른’ 현금복지 공약 경쟁 불붙어

민주 허태정 “가사노동자에 월 10만 원, 재산 무관 임금소득 없으면 대상” 10만 명에 연간 1200억 원 현금지급 약속

일부 “워킹맘은 안주고 부잣집 사모님은 주나” 비판, “가사노동 확인도 불가능, 결국 빚” 우려도

국힘 이장우, 남녀 전역장병에 진로모색 수당 200만 원, 청년 유공자·의사자 유족 예우 수당 등 호국보훈 선별 복지로 ‘맞불’

李 캠프 “이스라엘도 하는 정책, 연간 70억 원 규모로 시 재정 감당 가능, 현충원 메모리얼 파크 대선공약과 연계” 강조

전문가들 “여야 포퓰리즘 의존 갈수록 심각… 정치꾼 ‘다음 선거’ 걱정, 정치인 ‘다음 세대’ 생각 교훈 새겨야”


대전=김창희 기자

대전시장 선거전에서 여야 후보가 같은 듯 다른 현금복지 공약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집에서 쉬는 무직자에게도 수당을 지급하는 연간 1200억 원짜리 대규모 보편적 복지 공약을 내건 반면, 국민의힘 후보는 군 전역 청년에게 200만 원을 주는 ‘선택적 호국보훈 복지 공약’으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25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민주당 허태정 대전시장 후보는 최근 유권자들에게 배포된 공식 선거공보물 1번 핵심 공약으로 전국 최초의 ‘가사 수당’ 지급을 앞세웠다. 집에서 가사노동에 종사하는 20~60세 남녀에게 가구당 1명에 한해 월 10만 원씩 연간 120만 원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캠프 측은 대전지역 수당 지급 대상자가 10만 명으로, 연간 1200억 원 정도의 시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사노동 명목으로 주는 수당이지만 공무원이 일일이 가정을 방문해 실제 가사 노동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집에서 쉬는 무직자도 수당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특히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임금노동자만 아니면 얼마든지 수당을 받을 수 있다. 일과 가사를 병행하는 워킹맘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부자 백수’나 ‘부잣집 사모님’은 되고 고단한 워킹맘은 안 되냐”며 공약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허택회 캠프 대변인은 “재산의 많고 적음이 아닌 임금소득 여부로 지급 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부자도 수당을 받을 수 있다”며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무상급식과 같은 보편적 복지 개념의 제도”라고 설명했다.

대전시 공무원들은 벌써부터 재원 걱정을 하고 있다. 연간 1200억 원 규모의 현금 복지를 감당하려면 지방채 발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반면 허 후보 캠프 측은 “세수 증대 추세를 감안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고 빚 걱정을 일축했다.

이장우 국민의힘 대전시장 후보는 병역의무 이행자, 의사(義死)자, 천안함 폭침 생존자 등 ‘청년유공자’ 등에 대한 선별 복지로 맞서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선심성 퍼주기’는 반대하고, 필요한 지원은 통 크게 한다는 입장이다.

전국 최초로 병역의무 이행 청년에게 200만 원을 주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역 장병은 물론 여군 제대자에게 인생설계 및 진로탐구에 쓰도록 수당을 준다는 것이다. 전국 첫 만18세 이상 유공자(청년 포함) 및 의사자 유족에게 보상하는 제도도 약속했다.

대전에 거주하는 천안함 생존자, 경찰·소방·산림청 등 공사상자 예우 명예수당을 신설하고, 대전 출신인 의사자 고 임세원 교수(강북삼성병원) 유족 등을 대상으로, 전국 첫 ‘의사자 수당’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6·25 참전군인 수당도 현행 월 7만 원에서 14만 원으로 인상하겠다고 제시했다.

심상협 이장우 후보 캠프 정책실장은 “대전의 병역의무 이행자는 연간 3500명으로 수당 지급에 연간 70억 원 정도가 소요돼 시 재정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며 “호국보훈 및 국가유공자·의사자 등에 대한 지원 정책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 예정인 국립대전현충원 메모리얼 파크 건립과 연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선거 때만 되면 무분별한 ‘매표성’ 현금 복지가 계속 확대되고 있다며 지방재정 곳간의 위기를 경고하고 있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아르헨티나의 교훈을 망각한 채 선거 때만 되면 여야를 불문하고 현금을 살포하는 포퓰리즘에 경도되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며 “출마자는 물론 유권자들도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걱정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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