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으로서 일한 지난 8년이 ‘순식간’으로 느껴진다. 그만큼 치열하게 일했던 것 같다. 당분간 쉬면서 ‘잘 사는 삶’에 대해 고민하려 한다.”
4년 전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창우(사진) 동작구청장은 6·1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1호 구청장이다. 한 번 더 구청장직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스스로 ‘물러남’을 선택했다. 물론 이 구청장은 첫 임기를 시작할 때부터 ‘딱 8년만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럼에도 구청 안팎에서는 이 구청장이 3선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지역 주민들로부터 꾸준한 지지를 받았고,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 건립 등 지역 숙원을 현실화한 입지전적인 수장이기 때문이다. 이 구청장은 “초선 당시 구청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마무리 시점을 8년 후로 잡았었다”며 “일부 사업은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나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에 완성 단계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구청장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업은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이다. 동작구청은 구에서 땅값이 가장 비싼 노량진에 위치해 있다. 이 지역은 서울시 자치구 중 3번째로 가치가 높은 땅이다. 땅값은 비싸지만 건물은 지은 지 40년이 지나 협소하기 그지없었다. 이 구청장이 생각한 묘안은 장승배기에 신청사를 세우는 것이었다. 장승배기는 구의 지리적 중심지인데도 불구하고 발전이 더딘 지역으로, 신청사가 들어설 영도시장 공실률은 72%에 달했다.
구는 토지 수용 권한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협약을 맺어 대물변제 방식으로 신청사 건립을 추진했다. LH가 장승배기 신청사를 짓고, 그 비용은 현 청사 시설을 정산해 LH가 가져가는 방식이다. 신청사 부지는 올해 상반기 터파기 공사 후 골조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장승배기 종합행정타운이 특별한 또 다른 지점은 전국 최초로 상인들과 공생하는 ‘관상 복합청사’라는 것이다. 영도시장에서 생업을 유지했던 상인들을 위해 청사 뒤편 지하 1층부터 1층을 112개 상가 상인에게 양보했다.
구청장으로서 만난 주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간담회에서 만난 한 어르신이다. 이 구청장은 “한 어르신이 몸은 건강한데 아침에 눈을 떠도 할 일이 없으니 삶의 의욕이 없다고 말씀하신 게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어르신에게 제공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라는 철학을 가졌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지난 2015년 11월 어르신행복주식회사를 설립, 어르신에게 만 73세까지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구청장으로 처음에 출발했을 때 당시 구청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려 구민들이 염려하셨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최연소 구청장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해 주셨다”며 “지난 8년간 구청의 노력은 동작구가 서울에서 제일 가는 자치구가 되는 토양이 될 것이다. 계속해서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