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김유종 기자
일러스트 = 김유종 기자


■ 한국인의 음주문화 (上)

“마시고 죽자 건배사 문화충격”
태국방송 ‘세계는 지금’ 코너엔
韓 강압적 회식문화 다루기도

유튜브 술관련 콘텐츠 넘치고
드라마선 거의 매회 음주장면


“오늘 밤에 마시고 죽자!(Die for tonight)”

베트남에서 사업차 출장 온 응우옌(29) 씨는 최근 한국 기업과의 저녁 회식 자리에서 연거푸 이 같은 건배사를 외치는 한국인을 보고 ‘문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나는 술 먹는데 너는 왜 안 먹어?’라며 눈치 주고 강요하는 문화가 있다”며 “모두가 같은 속도와 방식으로 술을 먹으며, 오늘 안에 끝장을 보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한국 술 문화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지만, 실제 경험해 보니 상상한 것 그 이상이라고 했다. 그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이 술 문화에서는 후진성을 극복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술에 관대하고 술을 권하는 데 망설임 없는 한국의 음주 문화를 겪어 본 외국인들은 ‘기이함’ 그 자체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한국 술자리는 과음·폭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crazy’(미쳤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말술러’(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를 치켜세우고, 술을 못 먹는 사람은 ‘알쓰’(알코올 쓰레기)라고 얕보는 음주문화도 있다. TV, 유튜브 등 각종 매체에서도 술 마시는 장면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한국에 거주 중인 6년 차 직장인 프랑스인 루카(32) 씨는 27일 두더지(두드리고, 더 파고, 지속하고)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유럽과 달리 퇴근 후 고객, 동료들과의 모임 자리가 잦고, 2차, 3차를 거듭하며 장시간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다”며 “강도 높은 음주를 요구해 건강과 에너지를 회복하는 데 많은 개인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문화의 다양성을 감안해도, 우울하다고 술 먹는 모습은 언제나 익숙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태국 민영방송 ‘Thai PBS’는 지난 11일 ‘세계는 지금’ 코너에서 “한국의 신세대들이 퇴근 후 강제적 회식 문화를 두려워한다”며 한국의 강압적인 회식 문화를 다루기도 했다.

미디어에서는 주인공이 우울하고 힘들 때마다 술을 습관적으로 찾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남자 주인공이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매일 밤 소주 2병 이상을 마시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한국인의 모습으로 ‘슬프고, 외롭고, 괴로울 때 술을 찾는 것’을 꼽았다. 15세 관람가인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테이블에 술을 가져다 두고, 술을 마시면서 MC와 게스트가 토크를 하는 형식으로 꾸며진다. 이 밖에 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콘텐츠들이 15세 관람가를 내걸고 방영되고 있다.

술 먹는 영상을 담은 유튜브 콘텐츠도 넘쳐난다. 한 혼술 유튜버는 구독자가 63만 명에 달한다. 식탁 옆에 술장고(술 냉장고)를 두고 떡볶이에 소주, 맥주를 곁들여 먹는 13분 분량의 영상은 조회 수 740만 회를 기록했다. 구독자 36만 명을 보유한 또 다른 유튜버는 아침 소주, 낮술, 퇴근주 등 술을 먹고 취하는 모습을 담은 콘텐츠를 올린다. 구독자들은 “혼술은 언제나 옳다” “힐링된다”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하고 있다.

김보름·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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