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변호사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방문했던 태국 파타야의 뿌딸루앙네이비골프코스에서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성춘 제공
고성춘 변호사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전 방문했던 태국 파타야의 뿌딸루앙네이비골프코스에서 클럽하우스에 마련된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고성춘 제공


■ 우리 직장 高手 - 고성춘 변호사

해외거주 형 집 방문했다 입문
29년 경험 담은 책도 써 인기

법 공부하며 시간 나면 골프
지친 몸·마음 달래준 구원자
산에서 솔방울로 샷 연습도

“평소‘쉽게 잘친다’얘기 들어
연예인 김국진과 라운드 소원”


고성춘(58) 변호사는 SNS와 유튜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조세전문 변호사로 자신의 전공인 법률은 물론, 다양한 주제로 서적을 집필한 작가로 널리 알려졌다. 특히 복수의 유명 법무법인은 물론, 감사원과 서울지방국세청을 거친 독특한 이력을 자랑한다. 하지만 고 변호사가 유명한 이유는 더 있다. 바로 골프다. 1993년 12월 골프에 처음 입문해 무려 29년의 오랜 구력을 자랑하는 고 변호사는 2015년 한 외국계 자동차 회사가 주최한 아마추어 골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소문난 아마추어 골퍼다.

지금의 법률 전문가가 되기까지 고 변호사는 10년 넘도록 법전과 싸우는 가시밭길을 걸었다. 외로운 싸움을 무려 12년 동안 이어간 끝에 18번의 시험을 보고 나서야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20대 청춘을 고스란히 사법시험 준비에 쏟았고, 30대가 되고 나서야 합격했다. 동기보다 무려 10년이나 늦은 합격이었다. 거듭되는 낙방에 출가의 뜻을 품기도 했던 그를 마지막까지 붙잡아 준 존재가 바로 골프였다.

사법시험 준비생과 골프. 언뜻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고 변호사에게 골프는 낯선 곳에서 갑자기 찾아온 깨달음과 같았다. 최근 서울 송파구 문정동 사무실에서 만난 고 변호사는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은 결국 골프였다”면서 “계속 시험에 떨어지고 내 신세가 처량하다고 생각이 들었던 1993년 겨울에 어머니께서 형이 있는 뉴질랜드 웰링턴으로 가보라고 하셨다. 그곳에서 골프채를 처음 잡았다”고 회상했다.

고 변호사는 신혼이던 형의 집 마당에서 우연한 기회에 골프를 접했다. 당시 형이 연습하던 골프채를 잡고 휘둘러 플라스틱 골프공을 맞춰보려고 했는데 마음대로 맞지 않았고, 분한 마음에 다음 날부터 출근하는 형을 따라 골프장으로 향했다. 형은 출근하기 전 회사 옆 골프장에서 9홀을 경기한 뒤 회사로 향했고, 고 변호사는 혼자 남아 9홀을 더 쳤다. 현지인들은 새벽에 골프장을 찾지 않기 때문에 오롯이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달을 레슨 없이 외롭게 골프와 싸움을 하던 중 인생의 깨달음을 얻었다. 고 변호사는 “연습도 하지 않고 무작정 공을 치니 제대로 맞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보던 형이 하루는 자기도 짜증이 났는지 ‘공을 의식하지 말란 말이야’라고 소리를 쳤다. 그 말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못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열등감이 사라지는 경험은 골프뿐 아니라 계속된 낙방으로 낙오자라는 틀에 갇힌 자신을 구원하는 시발점이 됐다. 고 변호사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 두 개에 잔뜩 법전을 넣고 떠났던 뉴질랜드에서 3개월을 지내며 마음가짐을 바로잡았다. 자신을 알아보는 이 하나 없는 뉴질랜드의 빅토리아대학교 도서관에서 법전을 펼치며 3개월 동안 공부와 골프를 병행했다.

뉴질랜드에 다녀온 뒤에도 골프를 꾸준하게 즐겼다. 고시생 신분으로 골프장을 다닐 수 없었던 만큼 중고 아이언을 구매해 당시 공부하던 신림동 뒷산에서 솔방울로 샷 연습을 하며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랬다. 고 변호사는 “골프를 통해 너무 열심히 해도 안 된다는 걸 배웠다. 죽어라 열심히 하다 보면 오히려 초조하고 불안감만 키우게 된다”며 “골프도 마찬가지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오히려 나 자신을 옭아매는 꼴이 된다. 나를 구속하는 것은 결국 나 자신이다. 그것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변호사가 오랜 고시 공부 경험과 수많은 라운드를 통해 얻은 핵심은 단단한 멘털이다. 172㎝ 67㎏의 크지 않은 체구의 고 변호사가 유명한 프로골퍼와 함께 라운드하면서도 대등한 경기력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그 덕분에 고 변호사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썼던 책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용품업체가 소속 프로골퍼의 정신력 강화를 위한 교재로 사용했을 정도로 인기도 얻었다. 고 변호사는 “골프를 하면 할수록 인생을 객관화할 수 있게 된다. 볼이 좌우로 휘어지는 원인은 결국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 “거리를 많이 보내야 한다거나 방향을 잘 보내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면 몸이 굳어 샷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결국 몸의 반응을 이끄는 것은 골퍼 자신의 멘털”이라고 힘줘 말했다.

고 변호사는 한때 골프 레슨을 병행하는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세우고 프로테스트도 수차례 응시했을 만큼 뛰어난 실력자다. 이 때문에 성적의 부담 없이 가볍게 즐기는 지인과의 명랑골프 스코어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대신 프로테스트에서 가장 잘 쳤던 78타를 자신의 베스트 스코어라고 소개했다. 고 변호사는 라운드할 때면 캐디에게 ‘쉽게 잘 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며 “함께 라운드했던 많은 분이 내 스윙이 연예인 골프 고수인 김국진 씨와 유사하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찾아보니 진짜 비슷하게 느껴졌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김국진 씨와 한 번 라운드를 해보고 싶다”고 환하게 웃었다.

오해원 기자
오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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