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칸에서 개막한 제75회 칸국제영화제를 현지 취재 중입니다. 올해는 ‘헤어질 결심’ ‘브로커’ 등 경쟁 부문 진출작 두 편에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 등 한국 감독·배우들이 참여한 영화 6편을 챙겨야 하니 분주한데요. 하루 일정을 마치고 취재 사진을 쭉 둘러보다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마스크가 없으니 이렇게 사진이 예쁘구나!’
출국 후 비행기 안에서는 당연히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죠. 그런데 경유지인 폴란드 바르샤바부터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는데요. 그 넓은 공항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이는 일부러 찾아보기 위해 둘러봐야 할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안전이 최고’라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고집하며 칸에 입성했죠. 당연히 실외는 ‘노 마스크’였고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한 이들은 대부분 한국을 포함한 동양 기자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남들 다 벗으니 나도 마스크를 벗자’는 건 아니었습니다. 마스크를 벗을 결심의 배경에는 제 짧은 외국어 구사력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면 소통에 지장이 있는데, 하물며 외국인 기자·영화 관계자들과 이야기할 때는 더하겠지요. 마스크를 통해 더 투박해지는 제 서툰 외국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재차 질문하는 일이 빈번했죠. 결국 ‘취재’라는 핑계로 마스크를 벗으니, 단순히 원활한 소통을 넘어 ‘참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칸의 신선한 공기를 만끽할 수 있었고, 서로의 표정을 읽으며 보다 자연스럽게 감정을 교류할 수 있었죠. 사진 속 풍경에서 마스크가 사라졌다는 것도 적잖은 축복이었는데요. 칸에서 찍은 사진을 훑어 내려가다 한국에서 촬영한 사진들을 보니, 대다수 사진의 주인공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있으니 뤼미에르 극장 근처를 지나가다가 스쳐 지나가는 박찬욱,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배우 강동원의 얼굴도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산 지난 2년의 세월, 우리는 오가며 마스크 뒤에 감춰진 무수히 많은 인연을 놓쳤을지도 모르죠.
칸영화제는 28일 폐막합니다. 이제 다시 마스크를 쓸 결심을 해야 하죠. 당연히 안전부터 챙겨야 하니까요. 그래도 지난 며칠간 마스크 없는 삶이 얼마나 윤택한지를 느꼈기에, 마스크와 함께하는 삶이 익숙해지기까지 또 사나흘 걸리겠죠. 그래도 마스크 벗을 결심을 하게 했던 이번 칸영화제는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