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해커부대 해킹 이미지. 뉴시스
북한 해커부대 해킹 이미지. 뉴시스

가상화폐 받고 군기밀 넘긴 대위… 지역대 작계도 촬영해 넘겨
대위 포섭 암호명 ‘보리스’는 북 해커부대 ‘110호 연구소’ 소속


북한 공작원(해커)으로부터 가상화폐를 받은 뒤 지령에 따라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구속 기소된 육군 A(29) 대위가 자신이 소속된 ‘참수부대’ 작전계획(작계) 일부를 북한에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A 대위는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 목적으로 창설된 제13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 소속이다. 특임여단은 특수부대인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7개 여단 중의 하나로 일명 ‘참수부대’라 불린다.

27일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이 확보한 A 대위 공소장에는 군사 2급 비밀에 해당하는 특임여단 지역대의 작계가 유출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 유사시 북한 지도부 제거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는 임무를 적진에서 지역별로 수행할 지역대를 대대마다 두고 있다. 이 지역대가 전시에 어떻게 작전을 수행할지에 대한 계획이 유출된 것. 군 관계자는 “지역대 작전계획에는 상급 부대인 대대나 여단의 작전계획도 큰 틀에서 포함돼 있어 중요한 기밀에 해당한다”며 “지역대 작계를 보면 상급부대인 여단이나 대대 작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전면적인 작계 손질이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올해 1월 한 공작원이 A 대위에게 여단과 대대 작계를 요구했으나 A 대위에게는 그 수준까지 접근할 권한이 없었다. 그 대신 신속대응조 임무를 수행하면서 비밀문서함에 있던 지역대 작계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전송했다. 이후 A 대위는 여단과 대대 작계 촬영까지 시도하다 적발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특수부대가 북한의 어떤 인물과 장비를 목표로 하는지 알 수 있는 ‘적 인물·장비 식별평가’ 문건 역시 이 공작원에게 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공소장에는 A 대위를 포섭한 공작원이 정찰총국 산하 해커부대인 ‘110호 연구소’의 상부 공작원이고 암호명은 ‘보리스’였다고 적시됐다.

‘110호 연구소’는 2009년 청와대와 국회 등 주요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들을 노린 디도스 공격의 배후로 지목된 곳으로, 북한의 정찰총국 소속 해킹 연구 기관이다. 수사 당국은 ‘보리스’가 북한 해커 조직의 상부에 위치하는 인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경찰청,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서울중앙지검은 합동으로 수사를 벌여 지난달 28일 A 대위를 구속 기소했다. 당시 A 대위가 한국군 전장망(戰場網)을 해킹하려고 시도했고, ‘국방망 육군 홈페이지 화면’과 ‘육군 보안 수칙’ 등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해 보낸 사실은 공개됐지만, 일부 작전 계획까지 넘긴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전장망은 군이 군사 연습이나 훈련 때 정보를 주고받는 통합 전시 관리 시스템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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