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입소한 훈련병이 병사·간부 가리지 않고 막말
언행 지적하는 간부에게는 “태생이 그래서” 반박
간부는 오히려 조교에게 “잘 참았다” 타이르는 현실
‘훈련병 기강 무너졌다’며 조교가 직접 SNS로 제보




육군훈련소에 입소한 훈련병이 조교의 통제에 따르지 않고 심지어 막말 수준의 대꾸를 해 군 훈련병 기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런 상황에도 부대 간부는 해당 조교에게 “잘 참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에 이미 군 복무 중인 조교들의 사기가 꺾이고 있다.

27일 페이스북 커뮤니티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 따르면 최근 육군훈련소 조교라고 밝힌 A씨의 제보가 접수됐다. A 씨는 육군훈련소 내 자신의 소속 부대를 실명으로 밝히며 이달 중순 입영한 훈련병들 중 일부인 B 훈련병의 태도에 대해 “무너진 훈련병의 기강”이라고 전했다.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캡처


A씨가 문제를 제기한 훈련병의 행태는 병사와 간부를 가리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훈련병에게 흡연을 하러 가자는 B 훈련병을 제지하는 조교에게 B 훈련병은 “알아서 할게요”라고 대꾸하고, “지연입영자 아니냐”는 물음에는 “귀가할 거니까 신경 끄세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또 조교가 B 훈련병이 마스크를 내리고 있는 것을 지적하자 그는 욕설과 함께 “장난하냐”면서 “시비 걸지 말아라. 뒤로 나와서 한번 싸우던가”라고 했다고 한다. 특히 이 상황을 본 부대 간부가 B 훈련병에게 ‘말투를 그렇게 하면 안된다’고 지적하자 그는 “태생이 싹수없게 태어난 걸 어떻게 하냐”며 “그럼 뭘 어떻게 할까요”라고 말했다고 A 씨는 전했다.

A 씨는 “해당 조교가 (훈련병에게) 맞대응하거나 욕설을 하면 오히려 인권 문제가 될 게 뻔하여 정말 속상하지만 꾹 참았다고 한다”며 “요즘 훈련병들의 인권을 그렇게 챙기면서 분대장(조교)들의 인권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또 “훈련병이 조교에게 욕하고 싸우자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간부는 단지 ‘잘 참았다’고 한다”며 “이런 현실이 너무 억울하다”고 전했다.

A씨의 제보 내용이 담긴 게시글에는 해당 부대의 입장도 담겨 있었다. 부대 측은 “최근 모 훈련병의 불손한 언행을 식별 후 퇴영심의위원회를 열어 즉시 퇴영시킨 바 있다”며 “부대는 앞으로도 군기문란자, 의도적 교육기피자를 엄정하게 조치하는 등 군 기강을 확립해 정병육성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조교들의 복무여건을 보장하는 데에도 보다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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