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일러스트 = 송재우 기자
■ 두더지 리포트

전문가 “감각적 의미부여 동원
귀찮음·우울함에 대한 정당화”
“술, 문제 해결 아닌 망각·회피”


드라마 ‘부부의 세계’의 주인공 지선우(김희애 역)가 넓은 주방에서 와인 잔을 들고 ‘혼술’(혼자 술)을 하고 있다. 남편의 바람 사실을 안 직후, 남편의 내연녀와 말다툼을 한 날 저녁, 가족이 해체됐다는 우울증·분노에 잠들지 못하는 밤. 그는 밤이면 밤마다 우아한 음악과 함께 혼자 와인을 마시며 우울한 감정을 달랜다.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내고 홀로 술을 찾는 드라마의 이 장면은 ‘혼술’이 트렌드화된 현재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 혼술은 최근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보편화하고 있다.

30일 보건복지부의 ‘2021년 대국민 음주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음주 형태는 ‘혼술’이 29.2%로 가장 많았고, 주요 음주 장소 역시 주점이나 호프집이 아닌 자택이라는 답변이 70.7%에 달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혼술 비율은 12.6%, 자택 음주 비율은 23.3%였다. 대표적인 혼술 주종인 와인 시장 역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목할 만한 점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들이 혼술을 ‘멋진 문화’로 보고 있고, 유행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는 점이다.

MZ세대 연구기관인 대학내일20대연구소에 따르면, 전국 만 19∼34세 남녀의 절반 이상(50.3%)이 올해 들어 ‘혼술’ 경험이 있다고 답할 만큼 MZ세대는 혼술을 즐긴다.

그러나 혼술을 마냥 미화해도 되는지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된다. 혼술 여부는 자유지만, 건강과 사회적 측면에서 장려될 만한 문화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MZ세대가 잘하는 것이 자신이 하는 일, 처한 상황에 가능한 모든 감각적·수사적 의미부여를 동원하는 것”이라며 “혼술도 그런 차원인데, 좋게 말하면 의미부여지만, 나쁘게 본다면 남을 만나기 껄끄러운 자신의 현재 상황, 귀찮음, 우울함 등에 대한 정당화이자 ‘자기변명’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혼술에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 등 정신적인 고통과 불편을 덜어 보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혼술은 진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망각과 회피의 방향을 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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