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2 BOK 국제 콘퍼런스
“향후 저성장 국면 도래했을 때
완화적 통화정책 고집엔 의문”
금융 불균형발생 등 우려 지적
BIS 국장 “원유 의존도 감소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작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일 “현재의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이후 저물가·저성장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며 본격적인 장기 저성장(secular stagnation) 시대 진입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2년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개회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확장적 재정정책과 저금리 및 비전통적 통화정책으로 쌓인 수요압력과 함께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나타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이번 인플레이션이 진정된 이후 한국을 비롯해 인구 고령화 문제에 직면해 있는 일부 신흥국에 저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도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만약 그렇게 된다면 한국이나 여타 신흥국들도 ‘무책임할 정도로 확실하게’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고 약속해야만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간다고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집할 경우, 금융 불균형 등 다른 사회·경제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경험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콘퍼런스에서는 소득 불평등 심화가 수요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3일 발제 예정자인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전 배포된 ‘빚으로 진작된 수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소득 불평등 확대는 고소득층의 저축 증가를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추고, 저소득층의 부채를 증가시켜 ‘부채에 기반한 수요’(Indebted Demand)를 초래한다”며 “이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 등으로 수요가 오히려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안 교수는 “1982∼2007년 미국 자료 분석 결과, 자산 상위 1% 계층의 저축자금 공급이 하위 90% 계층 가계부채 증가의 3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중앙은행이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유지 정책의 부작용을 인식, 소득 불평등 완화와 부채규모를 줄이는 제도·구조개선, 재분배, 거시건전성 정책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미안 교수는 역설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그러나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감소와 견고한 정책체제 등을 고려할 때 1970년대의 극심했던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분석했다.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전 자료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주요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신흥국의 자본유출을 초래할 수 있다”며 “신흥국·개도국 국채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글로벌 안전자산 채권’을 발행해 안전자산 공급을 다변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대환·윤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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