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날 2만5000명 몰린 서울국제도서전… 첫 강연자 김영하

“지난해 서점 매출 9.3% 증가
OTT로 사람 몰릴줄 알았는데
책에 대한 갈증 그만큼 컸던 것
집 같이 심리적 안전지대 역할”


“넷플릭스와 유튜브에만 사람들이 몰릴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책은 팬데믹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소설가 김영하(사진)가 이날 개막한 2022 서울국제도서전의 첫 주제 강연자로 나섰다. 최근 9년 만의 장편소설 ‘작별인사’를 출간한 그는 올해 서울국제도서전 홍보대사를 맡았다. 국내를 대표하는 인기작가답게 사전 예약한 청중 100여 명 외에 200명 이상의 관객이 부스 바깥에 선 채로 80분간 강연을 경청했다. 이날 도서전에는 개막 한 시간 전인 오전 10시부터 방문객들이 수백m가량의 긴 줄로 늘어서 입장을 기다렸다. 국내 최대 책 축제인 도서전이 코엑스에서 열린 건 3년 만이다. 주최 측인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첫날에만 2만5000명이 몰렸다. 오는 5일 폐막 무렵엔 전체 관람객이 역대 최대였던 20만 명을 넘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김영하는 “책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컸던 것 같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여러 산업이 타격을 받는 와중에 출판계는 성장세를 이어갔다는 통계로 말문을 열었다. 김영하는 “지난해 3대 온·오프라인 서점 매출이 전년 대비 9.3% 증가했다”며 “우리의 예상과 달리 책이라는 매체는 팬데믹에도 견고하게 읽히는 매체로 살아남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시대의 책을 ‘집’에 비유했다. “바이러스에 취약한 육체가 집으로 ‘퇴각’하듯, 우리의 정신은 책으로 ‘도피’한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그는 “책에 깊이 빠져 읽는다는 건 주변에 급박한 일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책은 심리적 안전지대인 집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김영하에게 독서란 ‘도피’인 동시에 ‘마음의 준비’이기도 하다. 내일을 더 잘 살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듯, 더 나은 삶을 준비하고 도모하려 책을 읽는다는 것이다. 김영하는 또 팬데믹 시기에 많은 사람이 홀로 독서에 몰두한 건 역설적으로 대화와 연대를 향한 갈망 때문이라고 했다. “독서는 저자의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저자와 끊임없이 대화하는 일입니다. 책 안에 있을 때 우리는 독립성이 침해되지 않는다고 느끼지만, 동시에 누군가와 연대하고 있다는 감각을 안기는 신비로운 매체입니다.”

그는 코로나19로 다시 주목받은 소설 ‘페스트’와 ‘눈먼 자들의 도시’를 언급하며 “많은 독자가 이 이야기를 읽은 건 의학정보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체불명의 전염병이 퍼지는 상황에서 다른 인간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갑작스러운 재난을 맞닥뜨린 소설 속 주인공들은 죽거나 처절하게 패배합니다. 신체적으로, 물질적으로는 나빠질 수 있으나 정신적으로는 더 현명한 사람으로 성장해 있습니다. 좋은 이야기는 지혜로워진 상태에서 죽는 것은 무가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김영하는 단단하고 견고한 ‘문자의 집’에서 사유의 즐거움을 만끽하라고 권했다. “도서전에서 책을 집어 들고 물성을 음미해보세요. 회의할 때 나눠주는 유인물과는 다를 겁니다. 그런 종이들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다 금세 사라집니다. 하지만 책은 놀라울 정도로 오래 살아남습니다.”

한편 15개국 195개사가 참여한 올해 도서전에선 한국인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은 그림책 작가 이수지와 소설가 은희경·한강, 가수 장기하 등이 차례로 강연을 펼친다. 전시 코너에선 ‘리커버 도서’ 10종과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30종 등을 만날 수 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나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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