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동남아 업체로 유출 심각
연구·개발부터 생산직까지 이직

업계, 대학과 인력육성 나섰지만
성장하는 시장규모 못 따라잡아
1000명 부족한데 공급은 10명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제2의 반도체’로 불리는 배터리 기업들도 만성적인 인력부족과 중국, 동남아, 유럽 기업으로의 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장 성장성보다 인력 육성 속도가 한참 더디게 이뤄짐에 따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유럽과 동남아시아 완성차·배터리업체가 한국 배터리 인재 영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부터 고액 연봉과 복지 혜택을 제시하며 국내 인력을 흡수하던 중국에 이어 한국의 배터리 인력을 노리는 해외업체들이 늘어난 것이다. 과거엔 임원급 이동이 많았지만, 최근엔 일반 직원까지 스카우트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의뢰하는 업체도 다양해져 배터리·완성차업체뿐 아니라 전기 중장비 회사들까지 채용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연구·개발(R&D) 관련 직원 위주로 인재 쟁탈전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후선 조직이나 생산 라인 직원까지 이직하고 있다”며 “최소 5년 이상은 생산시설을 증설하고 매일 최대로 공장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분야든 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특히 배터리업계는 만성적인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 결과, 전 세계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0년 약 54조 원에서 2030년 약 411조 원으로 10년간 8배 이상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전지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석·박사급 배터리 연구·설계 인력은 1013명, 학사급 공정 인력은 1810명 각각 부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사가 2020년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배터리업계는 고육지책으로 대학과 손잡고 자체 인력 양성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는 어려워 고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관련 학과 대다수가 석·박사과정으로 운영되다 보니 학기당 뽑을 수 있는 인력은 10~20명 정도로 제한되지만, 배터리 분야에 부족한 석·박사 인력은 연간 1000명 이상에 달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보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K-배터리 발전전략’에 연간 1100여 명의 인력을 육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한국전지산업협회 관계자는 “최근 배터리 관련 인력 수급 상황을 새 정부에 제출했는데 배터리 인력 부족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배터리업계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 bes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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