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책 축제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1일 서울 코엑스에서 개막했습니다. 코로나19로 2020년엔 온라인에서, 지난해엔 규모를 확 줄여 성수동에서 열렸으니 3년 만에 ‘코엑스 도서전’이 돌아온 셈입니다. 올해 도서전 주제는 ‘반걸음’입니다. 왜 한걸음이 아닌 반걸음일까요.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먼저 가속의 시간에 대한 반성을 담았습니다. 성장만 생각하는 무리한 보폭이 오늘의 위기를 불렀다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가만히 멈춰있을 순 없는 노릇입니다. 반걸음은 자연과 보조를 맞추며 변화를 위한 걸음을 떼자는 제안이기도 합니다.
전시장 오른편에 자리한 부스는 ‘반걸음’과 관련한 책들을 큐레이션했습니다. ‘불평등 연대기’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제안들’ ‘균형을 위한 생각들’ 같은 소주제 아래 엄선한 책들이 펼쳐집니다. 10만 부 이상 팔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과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이 보이고, 환대와 우정을 강조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타인이라는 가능성’도 만날 수 있습니다. 구불구불한 책의 미로를 지나 부스 끄트머리에 가면 고정관념을 깨고 용기 있는 반걸음을 뗀 10개 브랜드가 눈에 들어옵니다. 작은 페트병 뚜껑을 모아 재활용하는 ‘플라스틱 방앗간’, 저렴한 가격에 친환경 농산물을 배송하는 ‘어글리어스 마켓’ 등입니다. 부스 기획을 총괄한 북 큐레이터는 ‘기나긴 팬데믹도 끝이 보이는구나’라는 기대보다는 ‘아직 팡파르를 울려선 안 된다’는 삼가는 마음을 강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생각은 이번 주 북리뷰에서 소개한 ‘좀비, 해방의 괴물’과도 맥이 닿습니다. 저자는 “집단면역 달성을 바이러스와의 전쟁 끝에 올린 승전보로 여기며 환호작약”한다면 머지않아 제2, 제3의 팬데믹이 덮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환호성을 지르며 내달리는 ‘질주’가 아니라 신중히 전후좌우를 살피며 내딛는 ‘반걸음’입니다. 그 반걸음은 그저 반 발짝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익숙했던 어제와 결별하며 새 길을 내는 움직임이어야겠지요.
글·사진 =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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