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과학기술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 문화일보 회장을 지낸 저자의 회고록. 저자는 자신을 단군 이래 가장 다채로운 경험을 한 ‘다생(多生) 세대’로 규정한다. 다문화·다차원·다혁명·다문명을 한꺼번에 겪은 전무후무한 세대라는 것이다. 전통과 혁신이 교차하는 시대의 격랑 속에 마주한 현대사를 담은 책은 자화자찬 일색인 ‘자서전’보다 후세를 위한 성찰과 교훈을 모은 ‘백서’에 가깝다.
저자는 1990년 노태우 정부 후반기에 과기처 장관으로 임명됐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언론인이 어떻게 과기처를 이끌게 된 것일까. 당시 정부는 안면도에 핵폐기장 신축 계획을 발표했는데, 공포를 조장하는 환경단체의 꼬임에 넘어간 주민들이 소방차를 탈취하는 폭동을 일으켰다. 이에 저자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국가 백년대계를 그르치는 주민들을 비판하는 사설을 신문에 실었고, 안면도 사태로 곤경에 빠진 청와대는 저자에게 과기처 장관을 제안했다. 비과학자 출신으로는 처음 과기처 장관을 역임한 이력답게 저자는 과학기술이 정치·경제에 앞선 상위개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지론을 편다.
회고록 집필의 또 다른 목적은 훼손된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정통성 회복에 일조하는 것이다. 2000년 언론사 사장 자격으로 방북한 저자는 “체제와 이념 문제만큼은 0.01%라도 북한과 타협할 수 없다”며 “독립과 건국에 희생된 선열들의 고통이 헛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는다. 656쪽, 3만9000원.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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