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4%)이 2008년 9월(5.1%) 이래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 메뉴판에 최근 인상된 가격이 표시돼 있다.    윤성호 기자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5.4%)이 2008년 9월(5.1%) 이래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3일 오전 서울 중구 한 식당 메뉴판에 최근 인상된 가격이 표시돼 있다. 윤성호 기자

韓경제 덮친 ‘물가 공포’

소비물가 ‘경제위기 초입’국면
한은 부총재 “6 · 7월에도 급등”

공급망불안 등 글로벌 악재 탓
정부, 물가안정 대책 사실상 無


‘물가 공포’가 한국을 덮쳤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5.4%)은 한국 경제에 대한 물가의 대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물가 급등의 원인이 국제 유가 및 곡물가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 등 외생 변수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뾰족한 대책’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물가 급등에 성장률 저하가 맞물리는 상황에서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앞으로 빚 많은 개인이 파산 위기에 몰리는 등 한국 경제가 위기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5월 물가 상황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2008∼2009년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터지면서 전 세계가 금융위기에 빠진 상황이었다. 현재 소비자물가는 한국 경제가 위기 초입 국면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성장률이 급락하면 실제로 위기를 맞게 된다.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낮췄다. 향후 외부의 돌발 악재가 추가로 터질 경우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아래로 추락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단시일 내에 물가가 안정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승헌 한국은행 부총재는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오는 6월과 7월에도 5%대의 높은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정부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5월 31일 “정부가 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방법이 없고, 만약 무리한 방법으로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긴급 민생안정 10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안 하는 것보다는 조금 나을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가가 급등하면서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시중금리 인상이 서민경제에 큰 주름을 남길 수 있어 걱정인데 국내외 상황은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 불가피한 방향으로 내몰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월 13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 미국은 경기침체를 감수하고라도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연달아 밟을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은 이날 “월간 물가상승률 감속이 나타나지 않고 뜨거운 수요가 식지 않는다면 다음 회의(6월 14∼15일)에서도 똑같은 페이스(0.5%포인트)가 적절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5월까지 5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전체 이자 부담 증가액은 16조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가계 이자 부담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조해동·임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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