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둔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를 발족하면서 ‘전략공천 최소화’ 원칙을 밝혔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60년동안 보스정치와 계파정치의 토대를 제공했던 ‘공천제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의힘은 ‘5·18 정신’ 계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당황하게 만든 데 이어 이번에는 정당개혁 이슈도 선점하고 나섰다.
4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혁신위원회를 각 최고위원이 추천한 인원 1명씩을 포함해 10명 내외로 꾸리기로 했다. 이준석 대표는 최재형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지 하루 만인 지난 3일 국회에서 최 의원과 만나 혁신위 운영 방향을 논의했다. 이 대표는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에게 인원 구성도 최고위원들이 추천한 사람 외에는 자유롭게 구성하고 규모도 자유롭게 판단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조만간 원로들을 비롯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혁신위 운영에 대해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국민의 힘의 이 같은 포석은 민주당과의 혁신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오는 2024년 총선에서 민심을 얻어 여소야대 지형을 반드시 여대야소로 바꾸겠다는 의지인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혁신위는 불분명한 공천 규정을 정비하고 공천 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 예측 가능한 공천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최 의원은 ‘혁신위가 원하는 방향이 상향식 공천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상향식이라고 말하긴 이르다”면서 “소위 이해할 수 없는 전략공천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최 의원은 MBC 라디오에도 출연해 “새로운 인물이 많이 들어올 수 있고 어떤 개인의 힘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 예측 가능한 공천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공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항상 있다”며 “가능하면 투명하고 예측 가능한 (공천) 시스템을 만드는 게 국민의 신뢰를 받고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정당사에서 공천제도는 보스정치와 계파정치 폐해의 부작용을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1948년 제헌의회 선거와 1950년 제2대 총선, 1954년 제3대 총선 당시는 사실상 정당공천시스템이 없었던 만큼 정당의 공천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집권여당인 민주공화당에서 시작됐다. 1963년 김종필 전 총리는 민주공화당을 창당하면서 ‘공천권은 당 총재에게 있다’는 내용을 포함한 당헌을 만들었다. 당 지도부를 포함해 다수의 인사로 구성한 공천심사위원회가 서류심사와 면접을 하고, 투표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공천구조도 그때 시작됐다. 전략 지역 최종 결정과 비례대표 순번 확정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결정했다.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시대에서도 절대 권력자가 사실상 공천권을 행사했으며 지역정당 구도의 형성으로 공천만 받으면 ‘금뱃지’를 달수 있었다. 정치에서 계파가 중요해졌고 영남·호남에선 공천장이 없으면 의원이 되기 어려웠다.
국힘의 혁신위원회가 어느 정도까지 전략공천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 또는 안철수 의원, 또는 제3의 인물 중 누가 다음 당 대표가 된다고 해도 22대 총선 공천권을 완전히 내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혁신위원회 키를 쥐게 된 최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까지 국민께서 차악 내지 차선의 선택을 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최선의 선택이 되기 위해 변화해야 할 때”라면서 “여기서 자만하면 국민은 바로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선과 지방선거 연이은 패배로 내홍에 휩싸인 민주당은 일단 ‘혁신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3일 당무위원회·연석회의 등을 통해 이뤄진 격론끝에 속에서 일단 ‘7월 조기 전당대회 개최’는 하지 않고 혁신형 비대위로 상황을 수습한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하지만 기존 비대위에 ‘혁신형’이라는 수식어만 붙였을 뿐으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조기전대를 요구하는) 소수의견이 있는 것은 알고 있지만 (시간상) 물리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당헌·당규에 정해진 대로 하는 게 적절하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신현영 대변인은 “다음 비대위는 혁신형 비대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당대회 준비, 선거 결과 평가, 당 쇄신안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박홍근 원내대표가 혁신형 비대위원장을 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오 원내대변인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별도의 비대위원장을 세울 수 있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이제교 기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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