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계 586 운동권 그룹 이번 지방선거서 대거 퇴장·몰락 故 이 총리 따르던 김태흠, 이장우, 최민호 3인방 충청 지방 권력 주류 전면 등장 서로 ‘브라더’호칭하며 친분…충청 연고 尹 정부와 ‘충청 홀대론’ 불식 기대
대전=김창희 기자
‘안희정 키즈’가 가고 ‘이완구 사단’이 전면에 등장했다.
지난 6·1 지방선거를 계기로 충청 지방권력 지형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10여 년 간 충청 정가를 주름잡았던 안희정계 운동권 세력이 대거 몰락한 대신, 고(故) 이완구 국무총리를 정치적 대부로 삼고 따르던 ‘이완구 사단’이 주류로 등장했다.
3일 충청 정가에 따르면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자, 최민호 세종시장 당선자,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자 등 국민의힘 소속 3명의 충청권 광역 지방자치단체장 당선자 모두 과거 이완구 전 총리의 직계로 꼽히는 인사들이다. 서로 상대방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브라더’라고 호칭할 정도로 친분도 두텁다.
이완구 계 그룹의 원조 격인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자는 지난 2006년 당시 이완구 충남지사가 민선4기 초대 충남 정무부지사로 발탁한 인물이다. 친박 그룹 좌장이던 고 김용환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보령·서천에서 3선에 성공하면서 정치적 성장을 거듭했다. 최근 대선 승리 이후 국민의힘 원내대표 유력주자로 거론되다가, 당선인 시절 윤석열 대통령의 적극적 권유를 받고 충남지사 후보로 차출돼 결국 도백의 자리에 올랐다. 김 당선자의 선거 슬로건도 16년 전 이완구 지사가 내세웠던 ‘강한 충남’과 비슷한 ‘힘쎈 충남’이다.
이장우 대전시장 당선자는 ‘리틀 이완구’라는 애칭이 있을 정도로 ‘이완구 맨’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충남 청양 출신으로 고향이 같은 데다, 저돌적인 추진력과 예산 확보 능력 등이 닮아 붙여진 별명이다. 스스로 이 전 총리에 대해 “가장 닮고 싶은 정치인”이라고 할 정도로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완구 총리 지명자 인사청문회 시절, 국회 인사청문위원으로 당시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는데 앞장서기도 했다.
세종시장에 당선된 최민호 당선자도 이완구 전 총리의 총애를 받은 정통행정관료 출신이다. 김태흠 당선자가 정무 부지사로 있을 때 행정부지사로 함께 이완구 당시 지사를 보좌하며 인연을 맺은 뒤 이 총리 비서실장까지 맡았으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장기간 야인생활하는 등 고락을 같이했다.
이 전 총리는 이명박 정부 당시 세종시 수정안에 맞서 도지사직을 사퇴한 뒤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 원내대표와 총리직에 오르며 한때 JP의 뒤를 이을 충청 정치의 거목으로 불린 인물이다. 지난해 10월 향년 71세의 한창 나이에 별세했다. 충청 정치인 가운데 드물게 추진력, 협상력, 순발력을 갖춘 카리스마형 정치인으로 꼽혔으나,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발목이 잡히는 등 영욕을 겪었다. 뇌물 혐의는 결국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기나긴 법정투쟁과정에서 지병인 혈액암이 악화하면서 필생의 꿈인 충청 대망론을 이루지 못한 채 영면했다.
이완구 사단 인사들이 충청 지방권력의 주류로 등장하자 충청 연고를 가진 윤석열 대통령과 어떤 ‘하모니’를 이룰 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이 ‘윤심’을 등에 업고 대규모 현안 사업 등에서 능력을 보여줄 경우,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졌던 충청 홀대론 등을 잠재우며 지역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지난 2010년 안희정 지사 등장 이후 10여 년간 충청 지방권력을 주름잡았던 586 운동권 출신 인사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거 퇴장했다. ‘구 안희정계’ 인사로 분류됐던 허태정 대전시장,맹정호 충남 서산시장, 김정섭 공주시장, 김홍장 당진시장 등은 낙선과 불출마 등으로 야인 신분이 됐다. 3선 중진 박완주 의원은 성 비위 파문으로 당에서 제명당하며 정치생명이 기로에 처했다. 안희정 전 지사의 ‘절친’이던 김종민 의원도 이번 선거에서 논산, 계룡, 금산 등 지역구 3곳을 국민의힘에 모두 내줬다. 안희정계 인사들의 퇴조와 함께 향후 충청권 민주당 주류가 이재명계 인사들로 ‘물갈이’될 지 여부도 관심사다. 중앙당이 지방선거 직전 박완주 성 비위 의혹을 자진 공개한 것도 충청권 특정 세력을 겨냥한 당내 권력투쟁의 일환이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성추문으로 안희정이라는 구심점을 잃은 충청권 민주당 내 586그룹들은 박완주 의원 성비위 의혹으로 도덕성에 또 한번 상처를 입고 말았다”며 “민주당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그룹의 정치적 운명도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