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갑질119 제보 944건 분석…“언어폭력도 형사고소 대상”


“회의하는데 사장님이 물어본 걸 대답하지 못했더니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고 소리쳤습니다. 실수했다는 이유로 ‘너는 정말 안 될 놈’, ‘너 같은 XX는 처음 본다’는 말을 합니다. 모멸감과 자살 충동을 느끼고 있습니다.” (직장인 A 씨)

“상사의 폭언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너무 큽니다. ‘그런 대가리 들고 뭐 할래’ 등 인격을 모독하는 말을 합니다. 먹고 살아야 해 참아보려고 했는데, 몸도 마음도 망가져서 더는 견디기 어렵습니다.” (직장인 B 씨)

우리나라 직장인 상당수가 상사의 모욕과 명예훼손성 발언으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5일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접수한 이메일 제보 944건 가운데 ‘직장 내 괴롭힘’은 513건(54.3%)으로 절반이 넘었다고 밝혔다. 괴롭힘 유형 중에서는 모욕과 명예훼손이 179건(34.9%)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앞서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지난 3월 24일부터 3월 31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23.5%가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괴롭힘 유형으로는 역시 모욕·명예훼손이 15.7%로 가장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사람들 앞에서 공연히 모욕하면 ‘모욕죄’로, 허위 사실로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로 고소할 수 있다”며 “모욕과 명예훼손은 형사고소 대상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일터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최근 법원 판결을 살펴보면, 욕이 없어도 모욕죄가 성립할 수 있고, 모욕은 직장 내 괴롭힘에도 해당한다며 직장 상사로부터 여러 직원이 보는 가운데 폭언이나 모욕을 당했다면 녹음, 증언 등 증거를 모아 고소할 수 있다.

강민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모욕, 인격 비하 등 언어폭력은 만연하게 일어나는 갑질 행위인데도 직접적인 폭력 행위가 없고 즉각적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쉽게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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