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물가와 무역적자 확대 등으로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물가를 잡기 위한 통화 긴축 정책(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당분간 강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인플레이션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작게 점쳐지고 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 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의 경제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인플레이션은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점차 완화되는 반면, 실물경제는 둔화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라면서도 “물가상승과 경기불황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장 위원은 “과거 글로벌 스태그플레이션이 유가 급등이라는 공급 충격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최근 경제 상황이 상당히 유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근거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대응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에도 4%가 넘는 높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유가가 단기간에 4배나 폭등했던 과거 석유파동 때와는 물가 오름세가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도 지난 2일 한국은행 주최로 열린 BOK 국제 콘퍼런스에서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과 높은 변동성이 경제성장을 제약하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세계 경제의 원유 의존도 감소와 견고한 정책체제 등을 감안할 때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고 밝혔다. 현 경제 상황 진단이 경기 둔화보다 인플레이션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강력한 통화 긴축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고물가 상황에서 무역적자 심화 등 경기 침체 현상이 서서히 진행되고 있어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재영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했던 거시 금융 상황 점검회의에서 “주가 하락과 금리 상승, 달러 강세 상황이 더 심화하면 스태그플레이션과 금융 위기 국면으로도 진입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