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유럽으로 출국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 글로벌 경영 본격 시동

아랍에미리트 출장 후 6개월만
네덜란드 ASML 경영진등 만나
반도체 공급망 재편 현장 점검

2016년후 끊긴 M&A성사 주목
英 ARM 인수 가능성 지속 제기


지난 5월 한·미 간의 반도체 기술·안보 동맹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거센 움직임 속에서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글로벌 경영 행보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7일 전용기 편으로 유럽 출장을 떠난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에서 파트너사를 만난다. 특히 2016년 이후 끊긴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김포공항 전용기 터미널을 통해 출국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고하십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외에는 별다른 언급 없이 출국장에 들어섰다. 이 부회장의 출장은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이후 6개월 만이며 올해는 처음이다.

첫 번째 행선지는 네덜란드로,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인 ASML 최고경영진 등을 만날 것으로 예상된다. ASML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 공정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EUV 장비는 1년에 50대 정도만 생산되고, 삼성전자와 경쟁사인 대만 TSMC가 주요 고객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ASML의 제품 생산과 운송에도 최근 적지 않은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ASML의 장비에 포함되는 반도체도 공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건설 중인 평택공장 4라인, 미국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등에 배치될 장비 수급 문제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에 이어 독일, 프랑스 등도 들를 예정이다. 독일에는 삼성과 오랜 관계를 맺은 지멘스가 있고, 프랑스에는 삼성이 5세대(G) 통신장비를 공급한 바 있다. 반도체 및 통신 장비 세일즈를 위한 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출장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서 직접 현장을 점검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출장을 위해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재판 공판기일 2회 불참을 요청했다. 재판부와 검찰도 이례적으로 수용했다.

특히 이번 출장에서 대형 M&A가 가시화될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독일의 전장업체 하만 인수 이후 이렇다 할 M&A 실적이 없다.

이 부회장이 유럽 출장 중 영국 등을 깜짝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이 인텔과의 공동 투자 형식으로 영국의 반도체 설계 업체 ARM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 바 있다. 삼성 측은 다만 “이 부회장의 이번 출장에서 M&A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역시 거론됐던 독일, 프랑스의 차량용 반도체 업체 인수도 비슷한 입장을 표명했다.

김병채·장병철 기자
김병채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