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

선거 참패한 민주당 내분 격화
‘네 탓’ 버릇 이젠 당권 투쟁용
8월 전당대회가 중대 분수령

국회의원 된 李 밀리지 않을 것
비주류 땐 정치적 미래 불투명
수사 역이용해 활로 노릴 수도



2022년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의 압승으로 끝났다. 언제나 참패한 측은 내부적 혼란을 겪게 마련이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패배한 측은 일단 대국민 사과를 한다. 그다음 지도부가 모두 사퇴한다. 여기까지는 일종의 공식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반복되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엔 이런 공식에다 더불어민주당 고유의 ‘특징’이 더해지고 있다.

첫째로 꼽을 수 있는 특징은, 사과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나 3·9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특징이다. 민주당의 또 다른 특징은,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轉嫁)한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문재인 정권 5년 내내 반복적으로 민주당과 청와대가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전 정권들의 탓을 하는 태도를 ‘유감없이’ 보였는데, 이런 주특기를 이젠 당내 문제에도 ‘응용’하려는 것 같다.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서로 ‘네 탓’이라는 주장을 펴기 때문이다.

이런 책임 전가 과정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말은 빼놓지 않는다. 책임은 통감하지만 궁극적인 책임은 상대방에 있다는 식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책임 떠넘기기가 도를 넘고 있다고 보인다. 책임 전가로 인한 당내 분열상이 매우 위태로워 보인다는 말이다. 이는 이전 정권들을 탓하던 당시의 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 환경의 차이란, 민주당이 야당으로 전락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여당일 경우 대통령이라는 확실한 존재가 있어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주류가 있게 되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분란이 쉽게 발생할 수 없다.

그런데 지금은 문재인 대통령이라는 주류의 중심이 정치판에서 퇴장해 주류 내부에는 구심점이 없는 상태다. 비주류로서는 이런 상태가 당권을 잡기에 아주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구심점이 없는 주류는 흔들기 쉽기 때문이다. 주류 내부에서 새로운 구심점이 등장하기 전에, 주류를 흔들어 놔야 8월 전당대회에서 자신들이 당권을 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을 비주류는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8월에 전당대회가 있다는 점은,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을 더욱 격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민주당의 8월 전당대회는 차기 총선에서 누가 공천권을 행사하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재명 의원의 대권 재수가 가능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다. 이 의원의 득표력과 정치력에 의구심이 생긴 상황이어서, 이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에서 주류의 위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미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절박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민주당 주류는, 지금 주류의 자리를 빼앗길 경우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절대로 밀릴 수 없다는 절박감을 가질 것이다.

이렇듯 양측 모두 절박감을 가지고 있으니, 당권을 둘러싸고 절체절명의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싸움에서 진 쪽은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들이 나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다른 길’이란 분당(分黨)을 의미한다. 그렇게 될 경우, 야당발 정계 개편이 이뤄지는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이번 지방선거의 압승으로 민심을 확인한 정권 측에서, 사정(司正) 정국을 주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것이다. 소수파 정권이 국정 운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사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런데 사정 정국이 초래되면, 야당은 일치단결해 사정에 저항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사정 정국은 역설적으로 민주당 내부의 결사적 투쟁을 수면 아래로 잠재우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전개될 경우, 민주당은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높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여야의 극한 대치가 재현될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여권은 사정을 하더라도 적절한 수위 조절을 해 나갈 것이다. 자칫 전면적인 사정을 시도할 경우, 야당의 피해자 이미지만 강화해주고, 야당 내부의 갈등을 잠재워줄 뿐만 아니라, 사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만 확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합적으로, 앞으로 정치권은 안갯속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은 이래저래 걱정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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