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30엔까지 하락하며 2002년 5월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엔화는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달러가치는 높아지는 데 반해 엔화 가치는 바닥을 모른 채 곤두박질치고 있다.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우려 등을 감안해 기준금리를 잇달라 올리고 있지만, 일본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로 양적 완화를 이어가고 있다.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시작하면서 미국과 일본의 정책금리 차가 확대되고 더 높은 금리 수익을 노릴 수 있는 미국으로 투자금액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 중앙은행(BOJ)의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엔화 약세가 급격하기는 하나, 일본 경제에 대체로 이득이라는 견해에 변함이 없고 필요하면 완화책을 추가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강한 미국 경제와 미국 금리 상승, 일본 수입업체의 달러 매수라고 보기 때문이다.
엔화 하락을 막기 위해 BOJ가 기준금리를 올리거나, 일본 재무성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이후 경기침체에 빠진 일본은 이후 장기간에 걸쳐 저금리 기조를 유지했다. 2012년 아베 신조 정부는 국채나 민간 채권을 BOJ가 매입해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엔화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아베노믹스 정책을 펼쳤다. 일본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주가를 끌어올려 임금 상승과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경제환경은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 차질이 지속되고 있어 엔저가 수출 확대로 이어지기보다는 수입 및 에너지 물가 부담만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되고 있다.
엔화는 전통적으로 캐리 트레이드 통화로 활용돼 왔다. 통화의 금리 차를 노린 캐리 트레이드는 외환거래의 전형적인 유형으로 저금리의 엔화는 전통적으로 조달 통화로 활용돼 내외 금리 차 확대 시 매도 압력이 거세지는 경향이 있다. 캐리 통화의 특성상 시장 불안 시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며 엔화가 상승하는 메커니즘 작동으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받았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선진국 중 가장 높다. 일본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 비용이 증가한다는 뜻으로 BOJ가 일본 정부의 부채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 수준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미국채 금리의 되돌림과 함께 엔화 약세도 단기적으로는 진정되는 국면이다. 엔화는 역사적으로 미국채 금리 및 미국 정책당국과의 호흡에 민감하다. BOJ가 여전히 완화정책 의지를 고수하고 있고 미국 Fed의 매파적 행보가 연신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의 내외 금리 차 확대 및 대내외 온도 차로 인해 엔화는 당분간 약세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엔저 기조로 인해 엔화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분할 매수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배정순 신한PWM
방배센터 PB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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