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부스 콰르텟, 오는 12일부터
현악 4중주 전곡 연주 선보여


“베토벤의 가장 순수한 민낯을 소리로 구현하려 합니다.”

베토벤 현악 4중주는 시대를 앞선 독보적인 작곡 기법과 영감으로 가득 차 실내악의 위대한 음악적 성취로 평가받는다. 그만큼 제대로 연주하기 어렵기로 정평이 나 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김영욱, 비올리스트 김규현, 첼리스트 이원해로 구성돼 15년간 한국 실내악계 대표주자로 활동한 현악 4중주단 노부스 콰르텟(사진)이 여기에 도전한다. 한국 콰르텟의 시조 격인 그들은 여전히 새로운 발걸음을 딛으며 그들의 ‘처음’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지난 3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초동 캠퍼스에서 만난 노부스 콰르텟은 “베토벤 현악 4중주는 어렵고 고통스럽지만,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맏형인 김재영은 “큰 산을 앞에 두고 올려다보는 두려운 느낌이 크다”고 말했다. 김규현은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고 푸념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이 곡을 연주하는 건 노부스 콰르텟의 ‘다음’을 위해서다. 김재영은 “나는 곧 마흔을 바라보고, 동생들도 30대 중반이 돼 우리에게 리사이클링(재충전)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 시점에서 베토벤을 꺼내 든 건 우리에겐 다시 ‘처음’이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주에서 그들은 ‘베토벤의 현악 4중주라면 이래야 한다’는 기준을 버리기로 했다. 김재영은 “클래식 음악이 시대를 거치며 어떤 스타일로 변용돼서 연주됐는지는 음반으로밖에 알 수 없다. 그래서 잘된 연주의 기준이 음반이 되기 쉬운데 그건 굉장히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명반이라는 레퍼런스가 아닌, 순수한 베토벤의 소리에 다가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유럽 유명 콰르텟의 연주 CD를 듣고 오면 그 기대와 다를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됐다.

5회에 걸친 이번 공연은 한 회마다 베토벤의 생애 전반을 느낄 수 있도록 초기, 중기, 후기 작품을 골고루 배치했다. 이같이 세심한 설계는 김영욱이 맡았다. 그는 “베토벤이 시기마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관객들에게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멤버 4명 모두 다음 활동을 기약하듯 ‘앞으로’ ‘다음에는’이란 말을 자주 썼다. 문득 노부스 콰르텟을 언제까지 할 작정인지 궁금해졌다. 이들에게 노부스 콰르텟은 어떤 의미일까. 2018년에 합류한 김규현은 “가족 같다”고 했고, 가장 늦은 2020년에 합류한 이원해는 “오래 할 게 아니었으면 시작도 안 했다”고 했다. 원년 멤버인 김영욱은 “콰르텟이란 장르는 음악적 이상이자 내 음악의 원동력”이라며 “솔로 활동보다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유럽 무대를 뛰노는 15년 차 베테랑인 노부스 콰르텟은 정작 고국인 한국에서의 공연이 가장 떨린다고 했다. 김재영은 “한국에서의 공연은 뭔가를 보여줘야 하는 쇼케이스 같은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김영욱은 “예술의전당은 10대 때부터 공부하고, 선망하던 연주자들을 봐왔던 곳이라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6월 12·17일, 8월 16일, 11월 11·19일 총 5회 진행된다.

이정우 기자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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