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성이라는 이름을 가진 갓난아이를 둔 한 가족이 있다. 두 남성은 합법적으로 자녀를 입양하기 힘든 이들에게 우성을 팔려 한다. 그들과 함께하는 앳된 여성은 우성의 엄마다. 하지만 브로커 역할을 하는 두 남성을 신고하기는커녕 그들과 합세해 적정한 값을 받고 아들을 넘기려 한다. 이들의 동태를 주시하는 두 형사도 있다. 두 형사는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해 뒤를 쫓으며 범행이 일어나길 기다린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브로커’(8일 개봉)가 제시하는 기묘한 동행이다.
‘브로커’는 가족 안에서 상처 입은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대안 가족을 형성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가족에게 버림받은 상현(송강호 분), 보육원에서 자라며 엄마가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던 동수(강동원 분), 성매매로 생계를 유지하다가 원치 않은 임신과 출산 후 아이를 버리려는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의 삶은 삐거덕댄다. 그들이 우성을 팔아넘기려는 표면적 이유는 다르지만, 속내는 하나로 귀결된다. “우성이 더 나은 환경 속에서 자라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쉽게 우성의 입양 부모를 정하지 못하고 전국을 떠돈다. 그 여정은 ‘브로커’를 로드무비로 변모시킨다. 부산을 비롯해 영덕, 삼척, 강릉의 풍광을 담은 그들의 행보는 영아 불법 매매의 현장이 아니라 한 가족의 소박한 여행처럼 다가온다. 그래서 이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던 경찰 수진(배두나 분)이 “우성이를 팔길 기다리는 우리가 어쩌면 브로커가 아닐까?”라고 던지는 질문은 자못 의미심장하다.
이 한 편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출연 배우들의 호연을 통해 당위성을 얻는다. 특히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이 영화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상현은 서로를 믿지 못하는 구성원들의 끼니를 챙기고, 묵묵히 떨어진 단추를 꿰매 건네는 것만으로도 진심을 전달한다. 상현에 동화된 송강호 역시 메시지를 강요하는 연기를 지양하고, 상현 그 자체로 스크린 안에 살아 숨쉰다. 또한 짙은 스모키 화장과 거친 욕설로 애써 속내를 감추며 웅크리던 소영이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이지은의 연기 역시 발군이다.
영아 매매를 시도하는 이들을 미화시켰다는 지적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해체된 가족 안에서 머물던 이들이 모난 부분을 갈고 닦으며 조각을 맞춰가는 대안 가족의 이야기는 고레에다 감독이 기존 작품에서 보여준 일관된 영화적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8년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의 경우, 아빠 역할을 하는 오사무 시바타(릴리 프랭키 분)는 좀도둑이고,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함께 사는 아이들에게 도둑질도 시킨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문제 삼는 이들은 없었다. 고레에다 감독이 설정해놓은 판타지 속에서 제시하는 대안 가족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브로커’ 역시 그 연장선상에 놓고 본다면, 현실과 환상을 적절히 버무려놓은 한 편의 동화로 받아들일 수 있다. 129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