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보험금 8억 원을 타내기 위해 남편을 계곡에 빠지게 해 숨지게 한 혐의로 최근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은 2017년 9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총 4차례 여행 가방을 도난당했다고 신고하는 수법으로 모두 605만 원을 타낸 것으로 금융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칫 가볍게 볼 수 있는 연성 보험 사기가 결국 살인까지 불사하는 경성 보험사기로 악화한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간 보험사기 적발 금액이 1조 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개정해 관련 사건을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뜩이나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민생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 요인인 작용하는 보험사기를 최소화해 부담을 덜어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및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연간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지난해 9434억 원으로 전년 대비 5%(448억 원) 증가했다. 2018년 7982억 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1조 원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적발 인원도 9만7629명으로 3년 전(7만9179명)보다 2만 명 가까이 늘었다. 사기 유형은 ‘사고내용 조작’이 60.6%(5713억 원)로 가장 많았다. ‘고의사고’ 16.7%(1576억 원), ‘허위사고’ 15.0%(1412억 원) 등이 뒤를 따랐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직업군을 보면 보험설계사는 1년 새 1408명에서 1178명으로 줄어든 대신 병원 종사자는 944명에서 1457명으로, 자동차정비업자는 1138명에서 1688명으로 각각 늘었다. 최근 실손의료보험이나 자동차 보험사기가 느는 추세가 반영됐다.
2016년 보험사기특별법 제정에도 적발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어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민영·건강보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보험료 인상에 따른 일반 시민의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허의·과잉 입원 및 진료를 부추기는 불법 행위로 인한 부당 보험금 누수 증가로 보험업계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은 2020년 기준 130.6%에 달했다. 문제는 보험사기 성격상 장기간 지난 뒤에야 적발된 경우가 수두룩하고 허위 과잉진료 행위의 경우에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 수사기관도 사건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에 정부합동대책반을 설치하고 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관 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으나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날로 교묘해지고 있는 보험사기 수법을 따라잡기에는 현재의 보험사기방지제도가 한계를 보인다”며 “선량한 일반 시민의 보험료 인상 부담을 덜기 위해서라도 실효성 있는 방향으로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