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 각 진영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둘이 자그마치 18년간 링 위에서 맞붙었다. ‘케인스주의 대사제’ 폴 새뮤얼슨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며 ‘큰 정부’를 지향한 반면, ‘자유시장주의 전도사’ 밀턴 프리드먼은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며 ‘작은 정부’를 주장했다. 1966년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서 시작된 이들의 논쟁은 1984년에 막을 내렸지만, 현실에선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경제위기 때마다 ‘정부는 얼마나 시장에 개입해야 하는가’가 화두에 오르기 때문이다. ‘타임스’의 창간 편집인이자 ‘케인스 하이에크’ 등을 쓴 니컬러스 웝숏은 20세기 후반 경제학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친 이들 두 석학의 대결을 시작부터 끝까지 치밀하게 따라간다.
시작은 ‘뉴스위크’의 칼럼 제안이었다. 뉴스위크는 당시 주류였던 케인스주의의 대표자 새뮤얼슨과 도발적인 보수 경제학자 프리드먼에게 번갈아 칼럼 기고를 요청한다. 판은 깔렸고, 둘의 논쟁은 진보와 보수 간 진영 대결이자 정치 대결로 확장됐다. 시작 당시 케인스의 위상을 감안하면 도전자 격인 프리드먼이 더 애를 쓸 수밖에 없었다. 케인스는 ‘완전 고용을 실현·유지하기 위해 정부의 보완책(공공지출)이 필요하다’며 기존 자유방임형 자본주의에 수정을 가한 케인스주의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 경제 정책의 기본으로 군림했다.
1970년대 들어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 발생한 인플레이션으로 둘의 관계 지형엔 변동이 생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가 함께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새뮤얼슨은 원인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었다. 프리드먼은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고용 안정을 위해 물가 상승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기존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관리할 수 있다는 ‘통화주의’를 고안,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량권을 없애고 준칙에 따라 통화 정책을 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의 통화주의는 미국에선 제대로 적용되지 못했고, 영국에선 실업률을 폭증시키며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이들의 의견 차이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린다. 새뮤얼슨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해 경제 성장을 촉진하고 국민 생활을 개선해야 하며, 그것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믿었다. 일례로 급속한 물가상승 시 정부가 세금을 더 걷어 공공 지출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면, 파괴적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빈곤층과 소외 계층을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프리드먼은 국가가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모든 일은 의도가 좋아도 사회주의적 행동이자 자유시장을 방해해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행동으로 여겼다.
사후에도 둘은 경제위기 때마다 대결을 반복한다. 결과는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매번 ‘큰 정부’를 지향했던 새뮤얼슨의 승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위기 때 모두 미 연방정부는 대규모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 부양에 힘썼다. 책은 코로나19가 작은 정부를 지향했던 프리드먼의 바람을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대규모 경기 부양책으로 유동성이 증대되고 이는 세계적인 고물가 상황으로 이어졌다. 급속도로 늘어난 재정 적자가 미래세대에 부담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아직 승자를 판정하기엔 섣부른 것 아닐까. 552쪽, 3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