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출 前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예비역 육군 대장

한반도 안보에 불확실성과 유동성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냉전 구도가 부활하고 많은 국가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은 전방위 글로벌 영역에서 대결 양상으로 확대되고 있어 안보는 한미동맹에, 경제는 중국과 전략적협력 동반자관계에 치중하는 한국에 어려움을 안겨준다. 한편, 북한은 올해에만 18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7차 핵실험도 임박한 듯하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중 갈등, 북핵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엄중한 안보 상황이 조성되고 있는 지금은 우리에게 자주적 안보 역량과 한미동맹의 결속력 강화가 긴요한 시기다. 이러한 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갔다. 바이든 대통령 방한은 여러 의미와 성과를 낳았으며, 윤석열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을 명확히 설정하는 계기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경제력·산업력·기술력을 현장에서 확인했고, 기업인들을 만나 대미 대규모 투자 약속을 받았다. 우리의 몸값이 올라 한국이 미 국익에 절대적 파트너임을 말해준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에 동북아 전략적 이익의 국지적 당사국이었고 때로는 부담되는 존재였지만, 바이든의 이번 방한으로 한미동맹은 글로벌 동맹으로 진화했고, 미국의 범 세계적 국익에 한국은 핵심 동반자가 됐다. 미국은 한국과 안보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확대하고 경제·기술력의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했다.

한미동맹이 안보를 넘어 경제와 기술,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한 만큼 미국과 함께 철저한 북핵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핵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핵과 미사일, 재래식 무기를 동원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의 억제력을 제공하겠다는 확장억제를 공약했고,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적 재개도 약속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확약이 기존 약속을 뛰어넘어 핵우산 제공을 업그레이드하거나 확장억제의 실행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 아니다. 국가 관계에서 상호 국익을 도모하는 데 구두 약속은 선택이지 의무가 아님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신뢰를 높일 수 있도록 문서에 의한 가칭 ‘확장억제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한·미가 ‘확장억제 협정’을 체결하고 확장억제 전력이 신속억제방안(FDO)과 시차별 부대전개제원(TPFDD)에 반영될 때 명실공히 북핵 위협이 억제되고 북한의 선택지도 좁아질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핵무기를 머리에 이고 있으면서도 핵 주권을 갖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선해야 한다. 한·미 원자력협정은 2015년에 개정됐으나 일본이 농축과 재처리에 대해 완전한 권리를 갖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의 농축·재처리 권한은 매우 미흡하다. 핵무기에 대응은 상호확증파괴(MAD)가 효과적이지만 우리에겐 핵무기 반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본 수준의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권한을 갖고 핵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면 북핵 위협을 억제하고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군사기지를 미군에 제공하고, 미국 소고기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이며, 미국 무기의 4번째 구매국이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업은 미국에 대규모 공장을 짓고 미국의 고용과 공급망 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의 경제력·기술력·국방력이 미국 국익에 절대적 요소가 된 만큼 우리의 자주적 안보 역량을 키우도록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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