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땅콩은 콩인가? 콩이라 하면 길쭉한 콩깍지에 탱글탱글한 콩이 들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땅콩의 모양새를 보면 좀 고개가 갸웃해진다. 그러나 식물 분류상으로도 콩이 맞고 이름에도 콩이 있으니 콩의 한 종류인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땅’은 무엇인가? 콩은 콩이되 땅속에서 나는 콩이니 말 그대로 땅을 가리키는 것이라 여겨지지만 그것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옛 문헌에는 땅콩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이 작물은 대항해 시대에 유럽으로 전해졌고 19세기 후반에야 이 땅에 들어왔다. 그러니 고유어 이름은 없고 중국에서 쓰던 ‘낙화생(落花生)’이란 이름으로만 불렸다. 그러다가 20세기 초반 사전이 편찬되면서 비로소 ‘땅콩’이 나타난다. 땅에서 나는 콩이라면 방언 어딘가에 ‘따콩’이 남아 있을 텐데 어디에도 그런 흔적이 없다.

땅콩이 땅에서 나는 콩이라면 한자어로는 ‘토두(土豆)’ 정도로 불려야 한다. 그런데 중국어에서 토두는 엉뚱하게도 감자를 가리킨다. 감자도 땅콩과 비슷한 시기에 전해진 작물이라서 이름이 좀 복잡하긴 한데 우리는 감자를 토두, 혹은 이를 번역한 땅콩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이런 사실을 보면 땅콩은 땅에서 나는 콩이라는 뜻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땅콩은 ‘호콩’이나 ‘마우재콩’이라 불리기도 한다. 호콩은 호떡과 마찬가지로 청나라 혹은 중국의 콩이란 뜻이다. 마우재는 러시아를 낮잡아 부르는 말이니 러시아에서 온 콩이란 뜻이다. 땅콩 이름의 비밀은 ‘당면(唐麵)’에서 찾을 수 있다. 당면에서의 ‘당’은 당나라이기도 하지만 보통 중국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건너왔으니 당콩이라 부르다가 된소리로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다. 땅콩이 중국 콩이란 뜻이라 해서 억울할 것은 없다. 콩은 한반도와 만주가 원산지이니 ‘콩’은 오래전부터 쓰이는 순수한 우리말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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