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민 변호사 前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2019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법체계의 효율성 45위, 정부 정책의 안정성 76위, 정부 규제가 기업 활동에 초래하는 부담이 87위로 나타난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1월 발표된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도 우리나라는 180개국 중 32위였다.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근본적 문제가, 후진적이고 비효율적인 법제도와 규제·부패 문제임이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지난 5년간의 검찰개혁은 이러한 우리의 현주소를 인식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형사사법 제도의 효율화와 부패 범죄를 효과적으로 수사·처벌할 수 있는 제도 개혁에 맞춰졌어야 했다. 그러나 정치적 광풍에 휩싸여 검찰을 악마화하며 ‘검수완박’으로 상징되는 검찰 무력화에만 집중한 결과 얻은 것은 없고, 총체적 파탄의 결과로 남은 퇴행과 역설이 시간이 되고 말았다.

친정권 정치적 행보로 비판받았던 검찰 고위간부들이 교체된 데 이어 추미애·박범계 법무장관이 채워 놨던 검찰의 직접수사 제한 족쇄도 관련 규정의 개정을 통해 곧 풀릴 것이란 소식은 검찰 정상화로 가는 당연한 순서다. 검찰 수사권 제한 자체가 터무니없는 일이고 검찰 제도를 부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사·기소권 분리론이나 ‘검수완박’은 해외 사례도 없고 이론적으로도 틀린 정치적 허구의 프레임일 뿐이다.

형사사법의 제1 목적은 범죄로부터의 사회 방위다. 좋은 형사사법 제도는 효과적이어야 하고 그 시대를 반영해야 한다. 1조5000억 원의 피해가 발생한 라임자산운용 사건이나 N번방 사건 같은 것은 과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범죄 양상이다. 범죄는 빠른 속도로 첨단으로 진화하는데 형사사법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법무부가 형사부에서 중요 범죄 수사 단서를 발견하면 제한 없이 수사할 수 있도록 하고 지난 정권 때 수사권이 축소됐던 33개 형사·공판부 중 17개 부를 전담수사 조직으로 환원시키는 방침을 정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범죄 수사가 보다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고 심각한 적체 상태인 사건 처리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때 한정된 검찰 수사 역량으로 최대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형사정책의 우선순위와 중요도를 고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과거 검찰이 국민의 불신과 비판을 받았던 것은 표적 수사, 정치적 수사로 비친 검찰 수사권의 오남용 때문이다. ‘검찰공화국’ ‘검찰 수사를 통한 정치적 보복’이 될 것이란 일각의 우려를 충분히 불식할 수 있도록 수사 대상이나 방법의 선택에 각별히 유의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수사를 통해 국민의 검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부적절한 과거와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심각하게 손상된 법치주의를 회복하는 일이다. 법 앞의 평등은, 법이 주권자이고 그 누구도 법 앞에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동체의 존립 근거다. 엄정공평 불편부당의 검찰 정신은 어떤 외압에도 흔들리지 말고 권력형 비리와 거악(巨惡)을 척결하라는 국민의 명령이다. 우리가 법을 따르는 까닭은 그 법과 법 집행기관이 공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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