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교육대 설치·운영의 근거가 된 삼청계획을 수립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현판식이 1980년 6월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당시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는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 겸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두환(가운데) 전 대통령, 박충훈(오른쪽) 국무총리서리, 주영복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영상물 캡처
삼청교육대 설치·운영의 근거가 된 삼청계획을 수립했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의 현판식이 1980년 6월 5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당시 중앙교육연수원에서 열리고 있다. 행사에는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 겸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던 전두환(가운데) 전 대통령, 박충훈(오른쪽) 국무총리서리, 주영복 국방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기록관 홈페이지 영상물 캡처


교육 후엔 근로봉사, 보호감호 구금 계속
겨우 석방된 후에도 악몽·트라우마 지속

A 씨는 지난 1980년 10월 한 경찰서에 불법 구금됐다. 같은 해 12월 그는 강원 원주 소재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서 4주간의 ‘순화교육’을 받았다. 이곳에서 한 입소자는 교육 첫날 점호를 받다가 구타 당해 장파열로 사망했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A 씨는 4주간 교육을 받고, 이후에는 ‘근로봉사’ 명목으로 다른 부대로 인계됐다. 그곳에서는 도로정비사업, 벙커 구축, 군사시설 정비 등 강제노역에 투입됐다. 구타도 여전했다. 그러나 근로봉사가 끝이 아니었다. 삼청교육대 입소 1년여가 지난 1981년 12월, A씨는 청송보호감호소로 다시 이송됐다. 그리고 1983년 6월 말 출소할 때까지 구금된 상태로 강제노역 등에 시달렸다.

◇헤어날 수 없는 고통, 법원으로 = 심각한 부상자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던 삼청교육대 생활에서 A씨는 겨우 석방됐지만, 폭력을 당한 후유증으로 디스크가 생겨 수술을 받았다.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생겼다. 지금까지도 악몽을 꾸면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결국 A씨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 구제를 요청했다. 민변은 A씨에 대한 국가폭력의 책임을 묻기 위해 대리인단을 구성, 2020년 12월 서울중앙지법에 국가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 같은 사례는 한두 명이 아니다. 민변은 지난해 12월 삼청교육 피해자 및 피해자 가족 총 45명을 대리해 같은 법원에 2차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이 봉 체조를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삼청교육대 입소자들이 봉 체조를 훈련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실화해위 ‘삼청교육대’ 진실규명 결정
“위법한 공권력의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


◇“부상·사망자 외 입소자 모두 피해자” 결정 = 9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이들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에 앞서 삼청교육 피해사건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대규모 인권침해 사건’이라 판단하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과거 정부는 ‘삼청교육 피해자’의 범위를 ‘상이·사망한 자’로 제한했다”며 “이번 결정을 통해 강제입소된 사람들 역시 피해자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말 기준 진실화해위에 접수된 삼청교육 피해사건은 총 113건으로, 이 가운데 피해 사실이 확인된 41건에 대해 1차로 진실규명 결정을 한 것이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2018년 12월 28일 삼청교육의 법적 근거였던 계엄포고 제13호에 대해 “해제 또는 실효되기 이전부터 위헌·무효”라고 결정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피해자의 명예회복 및 보상에 관한 법률(삼청교육피해자법)’을 개정해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피해구제에 나설 것을 권고했다. 개정 권고의 핵심은 우선 삼청교육 피해자 범위에 ‘삼청교육을 받은 모든 사람’을 포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피해자가 4만 명에 이르렀다는 점을 감안해 진실화해위 활동기간 종료 후에도 삼청교육 피해에 대한 진실규명 및 피해구제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재까지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호소하고 있는 삼청교육 피해자들을 위한 트라우마 치유 센터 설립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도 권고했다.

기존의 소송 외에 추가 집단 소송 전망도
방한 중인 유엔 특별보고관도 피해자 면담


◇추가 소송, 비판 여론 등 여진 전망 = 진실화해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추가적인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등 상당한 여진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1997년 삼청교육대 피해자와 가족 78명이 뜻을 모아 처음 집단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이유로 이들의 청구 내용을 기각했다. 이후 2004년 삼청교육피해자법이 공포됐고, 국방부는 ‘삼청교육피해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을 설치했다. 이를 통해 일부 피해자들이 장애 보상 및 치료비 등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 피해에 비해 턱없이 적은 액수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따라서 삼청교육을 받은 수만 명의 피해자 가운데 아직 생존해 있거나 가족이 남아 있는 이들은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여지가 있다.

삼청교육대 문제가 국제적으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8일부터 한국을 공식방문 중인 파비안 살리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방지 증진에 관한 특별보고관은 10일 오후 삼청교육대 피해자들을 면담할 예정이다. 살리올리 특별보고관은 한국 사회의 진실, 정의, 배상 및 재발방지의 권리 보장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이번에 공식 방한했다. 오는 1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방문 중 접한 각종 인권침해 피해 사례에 대한 입장과 견해를 발표할 예정이다.

민변은 이번 진실화해위 결정에 대해 논평을 내고 “삼청교육 진실규명을 환영한다”며 “정부의 공적 사과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법원 역시 애초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에는 적용될 수 없는 소멸시효를 이유로 삼청교육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를 기각한 과거 대법원 판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향후 삼청교육 피해자들이 제기하는 국가배상청구 사건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선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삼청교육대는…?

1979년 12·12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신군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식 취임 직전인 1980년 7월 29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를 통해 ‘불량배 소탕계획’(삼청계획 5호)을 입안했다. 전 전 대통령이 당시 국군 보안사령관 겸 국보위 상임위원장이었다. 그해 8월 4일 계엄포고 제13호에 따라 계엄사령부의 지휘 아래 군·경은 6만여 명의 삼청교육 대상자를 검거했다. 이 가운데 약 4만 명이 1981년 12월까지 순차적으로 군부대에 설치된 삼청교육대에 입소, ‘순화교육’ ‘근로봉사’ ‘보호감호’ 등의 명목으로 부당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 및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화해위는 “삼청교육 과정에서 혹독한 군사훈련과 구타 및 가혹행위로 사망한 사람은 교육 중 54명, 출소 후 후유증으로 최소 367명 등 확인된 것만 421명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민변은 9일 발표한 논평에서 “삼청교육대 사건은 군사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가 국가권력을 이용해 무고한 시민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대규모 인권유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박준희 기자
박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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