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6.1지방선거 당선자대회 및 워크숍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임대주택에 못사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정신질환자가 나온다.”
지난 9일 서울 지역 6·1 지방선거 당선자를 대상으로 국민의힘이 연 워크숍에서 나온 발언이다. 발언의 주인공은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었다. 성 의장은 “법을 개정해서 동네주치의 제도를 운영하든 해서, 자연스럽게 돌면서 문제가 있으면 상담하고 그분들을 격리하든지 이런 조치들을 사전적으로 하지 않으면 국가가 책임을 다한다고 볼 수 없다”고도 했다. 발언 후 성 의장은 “임대주택 거주자분들이 느끼셨을 상심과 불편함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지만, 이미 불거진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박성중 의원도 “7월 1일부터 업무가 가능하도록, 우리에게 맞지 않는 직원이 있다면 교체하도록 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미디어 상당수는 진보좌파다. 그래서 진짜 조심해야 한다” 등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11일 정치권에선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승하며 순풍에 돛 단 듯 거침없이 나아가던 국민의힘이 자칫 ‘막말’ 암초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간 일부 정치인들이 보편적 가치나 대중의 정서에 반하는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자신은 물론 소속 정당의 몰락까지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막말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지난 2019년 5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례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7.5%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 또는 정당이 지속적인 막말로 논란이 될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답했다. 계속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14.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이 참패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일부 후보자의 막말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당시 경기 부천병 선거구에 출마했던 차명진 후보는 한 방송사의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2018년 5월에 세월호 자원봉사자와 세월호 유가족이 텐트 안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문란한 행위를 했다는 기사를 이미 알고 있다”고 발언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미래통합당 윤리위가 차 후보의 탈당 권고를 결정했고, 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제명을 의결했다. 법원이 차 후보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차 후보는 선거 완주에 성공했지만, 개표 결과 큰 표 차이로 낙선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주요 인사를 향해 SNS 등에서 원색적인 욕설을 한 민경욱 후보, 국회 공청회에서 5·18 망언 논란을 빚었던 김진태 후보도 낙선했다. 김 후보는 6·1 지방선거에서도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과거 막말에 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에야 다시 기회를 얻어 강원지사로 정계에 복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지방선거에 연이어 패배하며 자중지란에 빠진 데는 소속 인사들의 막말이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 무산을 놓고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을 향해 욕설을 연상시키는 ‘GSGG’라는 표현을 써 물의를 빚었다. 국회 모독이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국민의힘에서 ‘국회 윤리위 징계절차를 밟겠다’고 하자 김 의원은 박 의장에 대해 사죄의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하헌기 당시 민주당 청년대변인도 자신을 비판한 개그맨에게 전화를 걸어 ‘개XX’ ‘인생 패배자’ 등 욕설을 쏟아냈다가 비판에 휩싸였다. 지방선거 과정에서도 윤호중 당시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해 “일흔이 넘으셨으니까 새로운 걸 배우시긴 좀 그렇잖나”고 했다가 노인을 폄하했다는 지적을 받고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