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Bigtech)의 ‘미국증시 10년 지배’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에서 대형 기술주가 10년 만에 최대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며 2000년 닷컴버블 붕괴 악몽을 겪은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손실에 대비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10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뉴욕증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산하 정보기술(IT)섹터지수는 올해 들어 약 20% 하락했다. 하락 폭은 2002년 이후 20년 만에 최악이다. 상위 지수인 S&P500지수가 14% 하락한 가운데 두 지수 격차는 1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가 하락 여파로 올해 들어 4월까지 기술주 중심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는 76억 달러(약 9조6180억 원)가 유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사실 지난 몇 년간 빅테크는 주식시장의 상승 동력이었다.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소프트웨어, SNS에 이르기까지 IT 부문에 새로운 트렌드가 출현할 때마다 투자자들은 열광했다. 코로나19 충격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까지 적극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펼친 것도 빅테크에 대한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른 환경에 직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은 10년의 빅테크 시대가 끝나간다고 평가하고 있다. AJO비스타의 크리스 코빙턴 투자총괄은 “이건 실제로 시장 체제가 변한 것”이라며 “빅테크 부문이 지난 5년간 얻었던 엄청난 성과를 앞으로 거둘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WSJ는 지금의 혼란은 2000년 닷컴버블 붕괴를 연상시킨다고 강조했다. 당시 저금리와 기술혁신에 인터넷 관련주에 뛰어든 투자자들은 이후 기업들의 연이은 파산으로 대규모 손실을 봤다. 나스닥지수는 2000년 3월부터 10월 사이 80% 가까이 폭락했다. 올해도 소셜미디어 기업 스냅이 지난달 말 하루 동안 43% 폭락하고 어펌과 코인베이스 시가총액이 올해 들어 절반 이상 줄어드는 등 상황은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문제는 Fed의 긴축이 아직 초기 단계이고 앞으로도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빅테크에 대한 추가 하락 압박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기술주 베팅과 시장의 혼란은 많은 투자자에게 2000년 닷컴버블을 떠올리게 한다”며 “닷컴버블에 시달렸던 일부 투자자들은 앞으로의 더 큰 손실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