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언어 개선’에 힘쓰는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장

모든 게 빠르고 갈등 심한 시대
어려운‘말’은 알려고 하지않아
원활한 소통이 곧 국가 경쟁력

연합회, 기사 모니터링 등 시행
생소한 언어 퍼지기 전에 순화

본보·국어문화원聯, 20일부터
매주 1회 ‘쉬운 우리말’ 게재


국립국어원에서 만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이다”며 국민 누구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국립국어원에서 만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 능력이다”며 국민 누구나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쉬운 우리말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선규 기자


“모든 게 빠르고, 갈등은 심하죠. 이런 시대에 가장 필요한 건 소통이죠. 그것은 사고력과 표현력이 기반이 돼야 하고, 결국 말을 통해 드러납니다. 늘 ‘국어문화’를 생각하고, 잘 가꿔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게 바로 국력이 되니까요.”

최근 서울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국립국어원에서 만난 김미형 국어문화원연합회 회장은 왜 지금 우리가 ‘쉬운 우리말’ 쓰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시대가 바뀌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도 바뀐다. 김 회장은 신속하고 원활한 소통이 정보화 사회의 핵심 역량이라면서 이것이 개인과 국가의 경쟁력을 키운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선 ‘쉬운 말’이 관건이다. 김 회장은 “아직도 보이스피싱이란 말을 모르는 노년층이 있다. 이걸 ‘사기전화’나 ‘문자사기’ 등으로 바꾸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냐”며 “단어가 정확하게 인지돼야 사고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쉬운 말’이 중요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초창기 자주 쓰던 ‘비말’이 어느샌가 ‘침방울’로 대체되며 방역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마스크 쓰기 등의 수칙이 더 잘 지켜질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쉬운 우리말’이 가져온 효과의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국민의 안전, 복지, 경제생활 영역에서는 좀 더 확실하게 쉬운 우리말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요. 그래서 연합회의 ‘공공언어개선사업’이 중요한 것이지요.”

연합회의 사업과 노력으로 어렵고 생소한 단어가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진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겨울철 날씨 예보에 자주 등장했던 ‘블랙 아이스’는 최근 대부분 ‘살얼음’으로 쓰인다. 또, 심정지 시 응급조치를 위해 지하철역 등에 비치된 ‘자동제세동기’는 ‘심장충격기’로 바뀌었다. 이 밖에 ‘스크린 도어’는 ‘안전문’으로, ‘리플’은 ‘댓글’로, ‘부스터샷’은 ‘추가접종’ 등으로 순화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했다. 그는 복지 증진을 위해 탄생한 ‘바우처’(상품권)나, 경제 활동과 관련한 ‘리셀테크’(재판매 투자), ‘홈코노미’(재택경제활동) 등을 예로 들면서 “젊은층이 아니라면, 대다수의 국민이 이해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상이 워낙 바쁘게 빨리 돌아가잖아요. 말이 어려우면 보통 사람들은 그게 뭔지 알아볼 생각을 별로 하지 못합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어려운 말을 써도 민원 제기나 항의로 잘 이어지지 않고, 점차 정보에서 소외돼 가는 것이죠.”

어떤 말이 어렵고 쉬운지에 대한 기준은 뭘까. 또, 어떤 과정을 거쳐 ‘쉬운 우리말’로 순화되는 걸까. 김 회장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해도 공공언어에 대한 연구와 토론, 학술 세미나 등이 현저히 부족했다. 그러다 한국공공언어학회가 만들어지고 2018년부터 학술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 공공언어학 학술지도 7호까지 발행했다. 대체어를 마련할 때엔 주로 사적 영역에서 가져오는데, 후보 2∼3개를 내 국민 2000명의 설문조사를 거친다. 특히, 연합회는 정보와 새로운 개념어들의 통로가 되고 있는 기사 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전국 언론사 30곳의 기사들에서 처음 등장하는 외국어가 있으면 이것이 널리 퍼지기 전에 찾아낸 후, 재빨리 다듬고 순화시키는 작업을 진행한다.

김 회장은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이 지엽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작은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공공언어는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말이고, 이게 어렵다면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일이죠. 무책임한 거예요. 국민이 서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언어를 찾을 때, 그 영향력은 굉장할 것입니다.”

문화일보와 국어문화원연합회가 공동 기획한 ‘2022 쉬운 우리말 쓰기’는 오는 20일부터 매주 한 회씩 연재된다. 경영·경제, 소비, 보건의료, 정보기술(IT), 취미·예술 분야 등으로 나눠 12회에 걸쳐 진행된다.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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