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너럴일렉트릭(GE) CEO 잭 웰치(1935∼2020)는 GE를 혁신하고 미국 기업을 변화시킨 ‘20세기 최고의 경영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GE 평사원으로 입사해 45세가 되던 1981년 CEO가 된 그는 20년간 GE를 이끌며 1000여 개 기업을 흡수합병·매각하며 자산가치를 키웠다. 그의 공격적 경영 덕분에 GE는 시가총액이 120억 달러에서 4100억 달러로 팽창하며 미국 대표기업이 됐고, 웰치는 CEO의 모델로 부상하며 경영계의 명사가 됐다. 2001년 GE에서 은퇴할 때에는 “GE와 미국 기업의 기풍을 변화시킨 화이트칼라 혁명가”라는 상찬까지 받았다. 누구도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못하도록 하면서 쇄신 열풍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혁명가’로 불린 것이다.
최근 웰치의 유산을 정반대로 평가하는 서적이 미국에서 출간됐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데이비드 겔스 뉴욕타임스 기자는 저서 ‘자본주의를 망가뜨린 남자(The Man Who Broke Capitalism)’에서 “무한 경쟁을 부추기며 단기적 이익을 추구한 웰치의 경영 방식은 노동자에게 해악을 끼쳤고, GE와 미국 기업, 미국 자본주의를 파괴하는 역할을 했다”고 진단했다. 비용 삭감을 위해 GE가 시작한 오프 쇼어링은 수많은 미국 기업의 해외 이전 열풍을 불렀고, 아웃 소싱으로 대규모 정리 해고가 이뤄지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전락했다고 저자는 분석했다. 미 기업들이 웰치식 경영을 모방, 경비 삭감과 단기 이익에 집착하면서 미국 자본주의가 피폐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웰치에 대한 재평가는 미·중 신냉전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탈(脫)세계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미국에서 과도한 세계화 반성론이 나오는 기류와 무관치 않다. 1980∼1990년대 미국 기업의 세계적 확장이 이뤄지던 때 웰치는 세계화를 선도한 CEO로 추앙됐지만, 세계화 종말기를 맞아 미국 자본주의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를 짚어보는 성찰의 시간이 시작되면서 웰치식 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온 것이다. 아무리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하지만, 요즘의 논리로 웰치의 유산을 ‘부관참시(剖棺斬屍)’한 것은 과하다. 험한 꼴 보기 전에 그가 세상을 떠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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