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소장 유은식)는 13일 "경남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를 통해 아라가야로 추정되는 왕궁지를 둘러싼 토성의 전체 길이가 최소 2㎞ 이상인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신라의 왕궁인 경주 월성(약 2.34km), 백제의 왕궁인 부여 부소산성(약 2.4 km) 등과 비슷한 크기이다. 가야문화재연은 "대규모 노동력을 투입하여 국가 차원에서 보호해야 할 만큼의 중요한 시설이 이곳에 존재하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고 했다.
함안 가야리 유적에서는 2018년부터 진행된 발굴조사를 통해 5세기 후반에서 6세기대에 만들어진 토성과 목책, 수혈(竪穴)건물지 등의 유구가 발견된 바 있다. 17세기 ‘동국여지지(東國與地志)’ 등 고문헌 자료에만 전해지던 아라가야의 왕궁지로 비정할 수 있는 학술적 중요성이 인정되면서 2019년 사적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이 구역의 발굴조사는 여러 사유로 제한되면서 전체 현황을 파악하기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연구소는 토성의 전체 규모와 형태를 확인하기 위하여 항공 라이다(LiDAR) 측량과 고지형 분석 등을 통해 당시 지형 복원을 시도했다. 토성의 잔존 가능성이 높은 사적 지정구역(19만 5008㎡) 내 34곳을 선정하여 토성의 실존 여부 확인을 위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목주혈(나무기둥 구멍)과 성토층 등 토성을 쌓기 위한 흔적이 지정구역 내에 전체적으로 분포하고 있으며, 이를 선 단위로 연결하여 추산한 토성의 길이는 적어도 2km 이상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중(二重) 성벽 형태를 띠는 듯한 구간도 확인했는데 향후 정밀한 조사를 통해 이러한 양상의 의미도 밝혀낼 예정이다.
연구소는 "14일 자문회의를 열어 이번 조사결과를 검토하고 향후 조사추진 방향 등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중장기적인 조사계획을 수립하여 토성의 축성법을 규명하고, 토성 내부의 주요 시설에 대한 세부 조사 등을 통해 유적 성격을 밝히겠다는 것이다. 연구소는 "발굴조사 기간 중에도 주요 발굴성과 등을 공유하고 자유로운 탐방이 가능하도록 상시 개방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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