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윤석열표 경제정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치르면서 두꺼운 정책공약집을 내놨지만, 대선 공약이 모두 정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공약 중 일부는 폐기되기도 하고, 수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윤석열표 경제정책은 기획재정부가 조만간 내놓을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구체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표 경제정책의 핵심은 이미 공개된 상태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민간·시장 중심주의’로 복귀하겠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뼈대다.

그러나 이런 추상적인 내용만으로는 실제 정책을 이끌어나갈 수 없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 어떻게 핵심 과제를 구현해내느냐가 중요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곧 발표할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민간·시장·기업 중심으로 경제운용의 축 전환 △공공·노동·교육·금융·서비스 등 5대 부문 구조 개혁 추진 △디지털 전환, 인구구조 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 △취약 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강화와 계층 이동 사다리 복원 △물가와 민생 안정에 총력 및 대내외 리스크 관리 등 5가지를 포함할 것이라고 밝혔다.

취임 후 한 달 남짓 지난 윤 정부를 둘러싼 경제 환경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전 세계적인 물가 급등과 주요국의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유가와 곡물가의 고공행진 등은 당장 ‘발등의 불’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정부는 평시에도 하기 어려운 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대학 교육을 포함한 교육 개혁과 규제 혁신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법인세와 상속·증여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의 감세(減稅) 정책도 국민 삶과 직결된 과제다. 잘못하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뒤엉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현실적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문 정부에서 잘못 예상한 올해 경제 전망치를 바로잡고, 경제위기나 다름없는 대내외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현실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모든 개혁이 물거품이 된다. 경제 상황에 잘 대응하고, 그것을 동력으로 개혁 과제를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이 ‘경제 컨트롤타워(사령탑)’를 경제부총리와 기재부로 정리하고, 지원해야 한다. 경제 전문가이기도 한 국무총리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상왕(上王) 노릇을 하면 혼선을 피할 수 없다.

정치적 쇼를 위해 경제정책을 과도하게 흔들면 반드시 실패한다. 문 정부 출범 직후 법인세·소득세 인상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들이 주도한 순간, 문 정부 경제정책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문 정부 5년간 경제정책은 정치인들의 각종 쇼를 위해 이리저리 휘둘렸고, 그 결과는 재정 파탄, 중산·서민층 몰락, 국가경쟁력 추락으로 귀결됐다. 경제정책이 과도하게 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경제 컨트롤타워를 분명하게 정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정치적 쇼를 위해 경제정책을 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결국에는 실패하고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문 정부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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