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절 대통령들은 기자들과 만남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직업상 기자는 대통령에게 불편한 질문도 해야 하니 심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보수석실 등에서는 대통령이 볼 신문 스크랩을 할 때 대통령을 비판하는 칼럼 등을 빼고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심기 경호’다. 그래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회견 등 이래저래 150차례 기자들과 만났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1년에 한 번 신년기자회견 빼고는 기자들을 만나지 않았다. 기자들이 있는 춘추관이 대통령 비서실과는 담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에 허락 없이 들어갈 수도 없고, 공식회의에 풀 취재를 가는 기자도 질문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통하는 대통령을 표방하며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기는 것에 더해 대통령실 1층에 기자실을 배치해 대통령이 기자들을 피하고는 출근할 수 없도록 했다. 대통령도 인간이기에 출근길에 대답하기 싫은 질문을 받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구조를 만들어버리면 어떤 대통령이든 ‘도어 스테핑(약식회견)’을 피할 수 없다. 미국의 백악관이나 일본의 총리 관저가 이런 구조다. 지난달 11일 첫 출근 이후 14일 현재 한 달이 넘었지만, 윤 대통령은 이 관행을 깨지 않고 있다. 며칠 하다가 말겠지라는 관측은 일단 빗나갔다. 13일 출근길에도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진하는 ‘시행령 수정 국회법 개정’에 대해 “위헌 소지가 많다”고 밝혔다.
“검찰 인사 필요하면 계속할 것”이라는 등 논란의 발언도 있었지만 매일 매일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것은 장기적으로 긍정적 요소가 더 많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앞으로 두고 보라. 반드시 윤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이젠 피할 수 없는 관행이 됐다. 최근에는 참모들이 아침 일찍 기자들에게 무슨 현안이 있는지를 물어봐 예상 질문을 만들어 출근 전에 윤 대통령에게 전달한다고 알려졌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은 대공황 시기 30여 차례 라디오를 통해 ‘노변정담’이라는 연설을 했고, 감성적인 이 연설은 국민 통합에 크게 기여했다. 윤 대통령의 ‘도어 스테핑’도 딱딱하고 사무적인 입장 전달을 넘어 국민의 마음을 달래는 소통의 장이 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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