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가경제박람회에 참석해 러시아의 젊은 사업가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사태로 전 세계 경제가 몸살을 앓는 가운데 글로벌 위기를 초래한 러시아는 활짝 웃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3일 미국 등 주요국 증시가 일제히 폭락했지만, 러시아 증시는 굳건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극심한 인플레이션 속에서 러시아는 홀로 기준금리를 내렸고, 루블화 가치도 우크라이나 전쟁 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서방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와 함께 유럽에선 군수물자 지원 등 우크라이나 전쟁 득실을 다시 계산하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이날 러시아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RTS 지수는 전날(12일)보다 4.64% 오른 1268.83을 기록했다.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대부분 국가 주가가 하락을 면치 못한 상황에서 러시아 증시만 힘을 낸 모양새다. 러시아 경제의 호조세는 금리와 환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 10일 기준금리를 연 11%에서 9.5%로 1.5%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26일 3%포인트를 낮춘 뒤 2주 만의 추가 인하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전 세계를 휩쓰는 가운데 이례적인 조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영란은행(BOE)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올릴 전망이고, 유럽중앙은행(ECB)도 다음 달 11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쟁 발발 이후 폭락했던 루블화 가치도 회복세다. 이날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57.75루블을 나타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달러당 140루블까지 떨어졌던 가치가 평소 수준으로 올라온 것이다. 1월부터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도 958억 달러(약 123조6203억 원)를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75억 달러(35조4860억 원)보다 3배 늘었다. 외신들은 러시아가 천연가스와 원유 등 에너지 대금을 루블화로만 받는 등의 정책으로 경제를 지탱하고 있고, 서방의 경제제재 영향력이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유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전황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돌아가면서 유럽이 우크라이나 사태 득실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빅3’ 정상들이 이달 말 키이우(키예프)를 찾아 평화협정을 유도할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NYT는 “이들이 러시아를 물리치기 위해 얼마나 헌신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난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