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민주적 법치국가에서 입법자의 역할은 막중하다. 그러나 모든 사항을 국회에서 세세하게 법률로 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법률과 시행령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법률과 그 시행령 사이의 상하관계는 뚜렷하지만, 거꾸로 법률로 세세하게 규율할 경우 오히려 국제적 여건의 변화, 국내 경제 흐름의 변화 등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시행령 등의 행정입법이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문제는, 시행령이 모법(母法)에 반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국회가 이를 통제할 제도적 장치가 거의 없었다는 점도 문제였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에 이러한 상황은 변했다. 국정조사권과 국정감사권 등 국회가 정부를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각종 수단이 활용되면서 시행령·시행규칙 등에 대한 통제가 점차 활성화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행령의 제정 및 개정 등에 관해 국회에 보고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국회가 시행령을 직접 통제하려는 시도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에도 행정입법에 대해 국회가 직접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도록 국회법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법률안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좌절됐다. 당시에도 그 위헌성 및 적정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으나, 헌법학계에서는 국회가 직접적으로 강력한 통제를 가하는 것은 권력분립에 반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물론, 더불어민주당에서 논의 중인 국회법 개정안의 내용에 따라 위헌 소지를 비켜 갈 수도 있다. 예컨대, 국회가 직접 수정·변경하거나 구속력 있게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이를 강력히 권고하는 정도라면 위헌 문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검수완박’ 입법 등에 대해 정부·여당이 시행령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한 야당의 대응 전략이 국회의 시행령 통제라고 본다면 더 강경한 내용일 수도 있다.

선진 외국의 경우에도 의회에 의한 행정입법 통제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며, 의회 주권이 인정되고 있는 영국과 같이 매우 강력한 통제 수단을 도입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의회가 내각에 대해 강력한 통제 수단을 갖는 것과는 달리 대통령제 국가에서는 의회와 정부의 상호 독립성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의회의 시행령에 대한 통제에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의한 사법적 통제의 비중이 훨씬 높다.

결국, 입법자인 국회가 법률의 실질적 시행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시행령·시행규칙에 대해 통제를 해야 할 필요성 자체는 부인하기 어렵지만, 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더욱이 최근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과 그동안 민주당이 주도한 각종 입법의 일방적 관철을 생각할 때, 이는 자칫 야당에 의한 정부·여당 발목잡기의 결정판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게 한다.

13일에도 법안의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이며, 언제 법안이 발의될 것인지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위헌성을 주장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하지만, 적어도 현재 상황에서 이런 논의를 꺼내는 것 자체가 민주당은 물론 대한민국의 정치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클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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