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명공학硏·건양대,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 플랫폼 개발


환자 혈액서 검출한 ‘miRNA’
뇌혈관 장벽까지 통과할수있어
간접적으로 뇌 질환 진행 파악

기존의 단백질 검사보다 정확
상온에서 효소 사용하지 않아
저렴하고 신속하게 검사 ‘장점’


100세 장수 시대가 되면서 건강한 노년의 가장 큰 위협으로 치매가 떠올랐다. 특히 치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기억 상실과 인지 장애로 심신의 자유 상실이란 아픔을 자신뿐 아니라 가족에게도 안겨 주는 잔인한 질병으로 공포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조기 진단이 중요한 이유는 노화에 따른 단순한 기억력 쇠퇴가 아니라 알츠하이머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되면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최소한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뇌척수액 안에 있는 아밀로이드 베타(A-β) 또는 타우(τ) 단백질의 변형을 검사하는 방법이 주로 쓰였다. 두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plaque·덩어리), 타우 탱글(tangle·얽힘) 같은 독성 쓰레기로 변하면 뇌세포들이 죽고, 이후 알츠하이머병으로 연결된다는 것이 환자군에서 발견됐다. 뇌척수액은 머리뼈 속 뇌를 둘러싼 투명한 액체로, 이를 추출하려면 척추에 바늘을 꽂는 고통과 비싼 검사 비용이 수반된다. 또 뇌척수액 내 비정상 단백질을 찾아낸다고 해도 알츠하이머병이 벌써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 예방이나 치료에 한계가 있다. 그래서 의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병 발생 전, 혹은 초기에 병변(病變)의 징후를 포착하는 대체 바이오마커(biomarker)를 찾기 위해 애써 왔다. 바이오마커란 육체적·생리적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생물학적 지표를 말한다. 광부들이 지하 갱도의 산소 부족을 빨리 알아차리기 위해 들고 내려갔던 카나리아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자들이 알츠하이머병 조기 진단의 바이오마커로 널리 연구되던 혈액에서 유전자 차원의 바이오마커를 발견해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단백질 분석보다 한 단계 아래 유전자로 더 정밀하게 볼 뿐 아니라, 상온에서 비(非)효소 방식으로 싸고 빠르게 검사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 바이오마커의 양에 따라 시각적으로 빛이 나는 형광 현상을 일으키도록 설계해 웬만한 병원에 있는 기존 형광 리더기나 작은 휴대형 측정기로도 쉽게 검사할 수 있어 새로운 대형 장비를 구매할 필요도 없다. 다만,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모델 마우스와 환자에게서 확인한 전임상 및 임상 시료 측정의 바이오마커 유의성을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를 대상으로 재확인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연구는 바이오센서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인 ‘바이오센서스 앤드 바이오일렉트로닉스’(Biosensors and Bioelectronics) 온라인 최신판에 게재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임은경 박사와 건양대 의과대학 문민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지난달 혈액 검사로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 검출 플랫폼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생체 내 유전자(DNA)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고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리보핵산(RNA), 그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마이크로 RNA’(miRNA)에 주목했다. 우리 몸의 모든 정보를 담고 있는 혈액 순환 유전자 가운데 특히 miRNA는 RNA의 번역을 조절하는 인자로, 비정상적인 발현량의 증가 또는 감소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준다. RNA는 DNA의 염기서열을 베끼는 전령 RNA(mRNA)와 단백질을 합성하는 전달 RNA(tRNA)로 나뉘는데, miRNA는 mRNA와 상보적으로 결합해 세포 내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중추적인 조절인자로 작용한다. 특히, 뇌를 보호하는 화학적 검문소인 뇌혈관 장벽(Brain Blood Barrier·BBB)까지 통과할 수 있어 이를 분석하면 간접적으로 뇌 질환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혈액에서 miRNA의 일종인 miR-574가 크게 증가하는 현상을 확인하고, 이를 검출할 수 있는 진단 시스템도 개발했다. 우선 젤리 형태의 하이드로젤 내부에 나노 크기의 원형 지질(脂質·lipid) 입자를 부착하고, 그 안에 머리핀 형태의 형광 신호 증폭 프로브(probe)를 집어넣었다. 프로브는 한쪽 끝에 형광체를 달고 있다가 타깃 DNA와 결합하면 빛을 내는 H1, 연쇄반응이 일어나도록 결합을 떼어 주는 H2의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이런 설계로 인해 실온에서 추가적인 첨가물이나 별도의 열 조절 없이 자가 신호 증폭을 일으키는 CHA(Catalytic Hairpin Assembly) 현상이 일어난다. 임 박사는 또 “이번 연구는 단일 유전자만 이용해 진단했지만 앞으로 다중 유전자 검출을 통해 더 다양한 질병을 동시에 찾아내는 시스템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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