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교육감 선거도 지난 1일로 끝나고, 오는 7월 1일이면 이번에 새로이 선출된 교육감들의 리더십 아래 새로운 지방교육행정이 전개될 것이다. 보수든 진보든 출신 진영을 떠나서 17개 시·도 교육감 모두는 이번에 발표된 중·고등학교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 그룹을 줄여나가야 하는 책무는 당연히 교육 당국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017년과 비교해 보면 현격한 차이가 난다. 중·고등학교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수 비중이 국어 2.1%포인트(P), 수학 4.3%P, 영어는 5.7%P나 늘어났고, 중상위권 학생 비중은 국어 10∼11%P, 수학 12∼13%P, 영어 7∼9%P씩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학력 저하 현상이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이러한 추세적 현상은 교육정책의 방향성 차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진영에 기반한 교육감들이 학교에서 시험과 숙제를 없애고 학교에서 학력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한 결과라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교교육의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2000년부터 해마다 시행해 왔다. 2016년까지는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전수평가를 하다가 2017년부터는 3%의 표본추출 평가를 하고 있다. 진보 진영의 교육감들이 전수평가가 일종의 서열 매기기라며 반대한 게 영향을 미친 듯하다. 하지만 학력진단을 하지 않으면서 기초학력 신장을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교육복지의 시작 또한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지원하는 정책(no child left behind)이라는 점에서 이제 다시 학력진단평가를 제대로 실시해 기초학력이 미달하는 그룹에 대해서는 집중적인 지원 노력을 쏟아야 한다.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도 충격적이다. 지난해 사교육비 총액은 23조4000억 원으로 전년도 대비 21%나 급증했다. 2007년 조사 이래로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 전보다도 훨씬 많은 학생이 더 큰 비용을 지출해 사교육에 매달린 결과다.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 학원에서 돈을 주고 시험을 보게 된다는 점이다. 학력 격차는 2017년부터 꾸준히 커지고 있고, 막대한 사교육비 규모의 지속과 양극화 현상의 심화는 교육·학력 격차에 더 큰 우려를 하게 한다.

1인당 사교육비는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의 경우 59만3000원인데 비해 200만 원 미만 가구는 11만6000원으로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통계청의 공식 추정과 체감 사교육비 지출 규모가 매우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고소득 계층의 과소 대표로 양극화 문제는 실제보다 적게 드러난 것으로 봐야 한다. 이 부분에 공교육 역할을 집중해야 한다.

줄 세우기라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이고, 시험도 안 보고 숙제도 없으며 훈육도 하지 않는 3무(無)정책은 공교육의 정상화는커녕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하는 길이다. 측정하지 않으면 깜깜이 현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는 모든 학교와 학생의 교과별 성취도를 확인하는 게 학력 회복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뒤처지는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일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히는 지름길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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