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춘 인천해양경찰서장이 16일 오후 인천 연수구 옥령동 인천해양경찰 3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해 피격 공무원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해양경찰청이 16일 ‘서해 공무원 A 씨 피살 사건’과 관련해 기존 ‘월북 시도’ 발표를 번복하고 사과하기로 하면서 문재인 정부 당시 수사와 청와대 보고 과정에 대한 규명은 물론 사건 왜곡 여부에 대한 확인 등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사건이 벌어졌던 2020년 9월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진전을 목표로 종전선언 추진에 주력하던 시기임을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대북 저자세에 따른 사건 축소·은폐·왜곡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 서둘러 사건 관련 기록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경이 오늘 오후 고인의 동료에 대해 수사했던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며 “고인의 사고를 월북 시도로 단정했던 데 대한 사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고인의 형 이래진 씨에게 전화를 걸어 관련 내용을 설명했다.
해경의 이날 발표는 2년 전 사건 발생 시 국방부와 해양수산부, 해경이 일제히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했던 것을 전면 뒤집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사건 발생 이틀 만인 2020년 9월 22일 “A 씨가 (북측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점이 식별된 것을 고려하면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고, 해경은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 A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하다 피살당한 것으로 잠정 결론을 낸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이 사건 관련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서둘러 A 씨의 자진 월북이란 입장을 발표하자 수사 결과의 신빙성 등을 둘러싼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특히 국방부 발표는 문 대통령의 유엔총회 화상연설 하루 전에 이뤄지면서 의혹을 키웠다.
문 대통령은 23일 새벽에 진행된 유엔총회 화상연설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언급하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외교를 지원하기 위해 북한에 사실관계를 추궁하지 않고 자진 월북으로 서둘러 결론 내린 것으로 사건을 축소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심지어 사흘 뒤인 25일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통지문을 보내 “대단히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하자 “북한이 신속하게 두 번이나 사과했다”며 이례적인 호평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자진 월북이라고 발표했으면서도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유족의 요구는 줄곧 거부해왔다. 또 문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사건 진상이 담긴 자료들 다수를 최장 15년간 비공개되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은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현재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관련 자료 일부를 공개해 보다 명확한 진상 규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자료가 공개될 경우 문재인 정부가 A 씨의 자진 월북을 판단한 근거 등을 놓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