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가운데) 미 국방장관이 1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국방 지원 관련 회의에서 마크 밀리(왼쪽) 미 합참의장,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과 함께 10억 달러(약 1조279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무기 추가 지원 방안을 밝히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美, 곡사포·다연장 로켓포 등 10억달러 규모 추가 군사지원
마크롱, 루마니아 정상 회담서 “전쟁종식 위해 러와 협상 필요”
러, 가스 등 ‘에너지 무기화’로 유럽 타격 입자 단일대오 균열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책을 제시하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미국은 15일 우크라이나에 10억 달러(약 1조279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유럽 주요 리더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정전을 위한 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 위기에 서방의 대(對)러시아 단일대오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이날 곡사포와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등이 포함된 10억 달러 규모의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한다고 밝혔다. 우선 3억5000만 달러(4476억5000만 원) 상당의 무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의회 허가 없이 직권으로 이전할 수 있도록 하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 제도를 통해 지급하기로 했다. 여기엔 △155㎜ 곡사포 18문 △155㎜ 포탄 3만6000발 △곡사포 견인용 전술 차량 18대 △트럭 탑재용 다연장 로켓 발사 시스템(HIMARS) 포탄 등이 포함됐다.
나머지 6억5000만 달러(8318억5000만 원) 규모의 무기는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이니셔티브’ 펀드를 통해 조성하기로 했다. 하푼 해안방어 미사일 시스템 2기와 야간 투시 장치 및 열화상 조준경 수천 개가 우크라이나에 지원된다. 이외에도 2억2500만 달러(2875억9500만 원)의 식수와 의료품 등 생필품도 우크라이나로 향한다.
외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40분간 통화하며 이 같은 내용의 지원 방침을 직접 알렸다고 전했다. 또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평화협상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고 밝힌 데 이어 추가 무기 지원 카드까지 꺼내 들며 러시아 압박을 이어가겠단 뜻을 명확히 했다.
하지만 유럽에선 다른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루마니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관리들은 전쟁 종식을 위해 어느 시점이 되면 러시아와 협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사실상 정전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앞서 “러시아에 굴욕감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은 우크라이나가 지원받은 무기와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품고 있다”며 “지원을 머뭇거리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를 무기로 유럽 경제를 뒤흔드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